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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정의롭고 실력 있는 언론인의 산실
지난 2008년 초 한국 언론의 미래를 고민하던 기자 출신 학자 몇 명이 충북 제천 세명대에 저널리즘대학원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지방에서 과연 될까’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 그 걱정은 감탄으로 변했습니다. 전국의 언론사에 200여 명이나 되는 우리 대학원 출신이 진출, ‘탄탄한 실력을 갖춘 정의로운 언론인’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졸업생들은 한국 사회를 뒤흔든 특종기사와 탐사보도로 각종 언론상을 휩쓸고, 첨단 보도기법과 멀티미디어 실험으로 언론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언론인 출신 학자들과 세명대 재단이 저널리즘대학원 설립에 의기투합한 것은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제 구실을 못하거나 역기능을 하는 언론’과 관련되어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우리 사회 발전과정에서 긍정적 역할을 한 부분도 있지만 정파적 이해관계와 자본의 논리에 치우쳐 ‘권력 감시’와 ‘약자 대변’ ‘건강한 여론 형성’이라는 본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때론 민주주의 발전에 장애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취재제작 과정에서 사건 관련자의 인권, 명예,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관행도 뿌리 깊어 사회적인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소유와 수익구조 등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지만, 기자·피디(PD) 등 언론인을 바르게 길러내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우리 교수진은 믿습니다. 언론의 사명과 가치, 취재제작의 표준과 윤리기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입사한 뒤 회사의 정파적 이해와 상업적 요구에 휩쓸린 기자·PD들이 결국 사회적 불신과 혐오를 낳는 보도물의 직접 생산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대학원은 탄탄한 취재제작 실무역량은 물론이고 폭넓은 인문사회과학적 소양, 투철한 윤리의식을 함께 갖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실력 있는’ 언론인에 그치지 않고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지식인이 되어야 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배워서 언론사에 들어간 졸업생들은 곳곳에서 부당한 관행을 거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조용한 혁명’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원은 이처럼 한국 언론의 ‘해묵은 숙제’를 풀어나가는 일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교수진과 학생들이 함께 만드는 비영리대안언론 <단비뉴스>는 양극화와 빈곤, 기후위기, 노인 소외 등 기성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중요 현안을 탐사보도하면서 영상 등 멀티미디어와 인포그래픽, 인터랙티브, 데이터저널리즘 등 첨단 기법을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있습니다.
단비뉴스가 심층보도물을 엮어 출판한 <벼랑에 선 사람들>은 ‘올해의 인권책’ 수상 등 영예와 함께 고등학교 수업교재로 쓰일 만큼 높은 평가를 받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9년 초 장기연재를 끝낸 탐사보도 <에너지 대전환>은 ‘민언련 올해의 보도상’ ‘올해의 영데이터저널리스트상’ 등을 수상한 데 이어 책으로도 곧 출판됩니다. 우리 대학원생들은 기성언론도 시도하기 어려운 심층 탐사보도로 현직 언론인과 나란히 언론상을 받고, 베스트셀러의 저자가 되며, 입사 전형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기자·피디가 된 뒤 남다른 취재제작물로 언론의 지평을 확장하는 경로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성과에 만족하지 않겠습니다.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 맞게 교육과정을 보강하고, 학생 한명 한명의 필요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최대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맞춤지도(튜토리얼)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동시에 장거리 경주와도 같은 예비언론인의 길에서 지치지 않도록, 따뜻하게 격려하고 행복을 나누는 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 같은 꿈을 가진 동료·선후배와 함께, 그리고 동고동락하는 교수진과 함께 학생들은 ‘열심히 그러나 즐겁게’ 뛸 것입니다.
2019년 9월 2일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 제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