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달려온 첫해, 요즘은 앞당겨진 커리큘럼 개편작업과 충원 문제로 눈코뜰새 없는데 질문공세들이 만만찮네. 2학기 마무리짓고 입시를 치른 뒤 MT 같은 것을 통해 <국내 저널리즘스쿨 실험 1년>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나도 하고싶은 말을 털어놓고 싶었는데 숨돌릴 틈을 주지않는구먼.
그러고 보니 인턴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물어오는 학생들에게 대체적인 구상을 말해준 적이 있으나 미안하게도 모두에게 브리핑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네. 워낙 급한 일들이 밀려있는 상태로 지난 1년을 버텨온 탓도 있지만, 현재 <인턴과정 현장실습 운용방안>이 내부안으로는 마련돼 있음에도 스쿨 안팎으로 협의할 사안이 많아 확정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해해줘.
외부적으로 언론사와 계약 문제, 제4학기 등록금 책정과 경비 문제 등을 제기해 놓았으나 협상 파트너가 있는 행정은 임박해서야 결정된다는 점을 양해했으면 해. 4학기 이전에 언론사에 입사하는 학생이 상당수에 이를 것이고, 태섭이나 주현처럼 인턴 또는 객원기자를 통해 사실상 언론사 진출의 기회를 잡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고, 홍보나 독립프로덕션 쪽으로 진출하고 싶은 학생은 인턴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여태 한번도 겪어보지 않는 일이라서 몇명이나 수요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정을 토대로 안을 만들기는 어렵지 않겠어. 인턴과정을 필수과목에 넣지않은 것도 이런 여러 사정을 감안한 것이었지.
학교 설립단계에서 미주리와 컬럼비아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웹사이트에 들어가 교과과정 운영실태를 모두 출력해 면밀히 검토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의 한계 중 하나가 자체 매체가 없다는 거야. 우리가 만드는 지역신문과 방송 또는 자체 프로덕션이 있다면, 인턴과정은 통합운영이 되겠지. 우리나라에는 전무하다시피한 제대로 된 지역매체를 만드는 게 내 꿈 중 하나였는데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봐. 사실 특강강사진 구성에 정성을 들이고 언론사를 견학하고 여러분에게 기고를 통한 언론활동을 강조한 것도 설립 초기단계에서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 언론계와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금요일에 서울을 편리하게 오갈 수 있도록 전용교통편을 마련해주지 못한 것은 내 능력부족 탓이고.
인턴과 관련해 여러분의 궁금함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해 이 단계에서 알려줄 수 있는 것은 한 언론사에 인턴 실습문제를 제기해본 결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거야. 한 가지 문제는 우리 언론계가 진보/보수로 적대관계에 들어가 있는 현실에서 특정 언론사에 지원할 때 적대시되는 매체에서 쌓은 인턴경력이 혹시 장애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야. 자기가 입사를 원하는 매체가 있으면 자발적으로 그 회사의 인턴모집에 응시하는 것도 좋겠지. 대학재학생으로 자격을 규정한 언론사도 있는데, 일부 언론사에는 융통성을 갖도록 협의하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봐.
인턴 과정을 둔 것은 현업경험을 쌓는다는 목적도 있지만, 입사 시험에 합격한 학생의 강의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도 있었지. 학업과 현업의 벽을 허물겠다는 학교에서, 여느 대학원처럼 학교에서 가르친 것만을 '배움'으로 고집할 일은 아니지.
지금 단계에서 여러분에게 권유하고 싶은 것은 4학기까지 기다리지말고 방학 등을 이용해 가능하면 미리 인턴경험을 쌓으라는 거야. 물론 학점으로 인정될 뿐 아니라 해당매체에 입사하는 데 기회가 되고 타 언론사에 집어넣는 자기소개서에도 돋보이는 강점이 되지 않겠어.
인턴경력을 굳이 메이저 언론사에서 쌓을 필요는 없다고 봐. 신생이면서도 존재가치가 뚜렷한 언론사에서 그 역동성을 배우고 소신껏 기사를 써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야. 마이너 매체에 현직으로 일하는 것도 일정기간 근무하면 인턴경력에 가름할 수도 있겠지. 어제 밤에 대덕넷 사장과 통화하면서 이번에는 보낼 사람이 없다고 했더니 서운해 하더군. 오마이뉴스가 인턴기자들 모집할 때도 오연호 대표가 추천하라고 했는데 여러분이 원치 않았었고.
당분간 좁아질 수밖에 없는 언론사 채용시장 형편을 고려할 때 유도의 '한판승'으로 입사하겠다는 태도는 위험부담이 크다고 봐. 내년에는 올해 수요억제에 대한 반동으로 채용시장이 좀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조금씩 포인트를 따두는 게 절대로 유리하지 않겠어?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보면 적게 뽑을수록 실적이 있는, 검증된 사람을 뽑는 데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거야. 기존언론에 기고한 글이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지. 인턴을 포함한 자신의 포트폴리오 또는 경력관리 문제는 1차로 멘토교수와 협의하되 나하고 바로 상담해도 좋아. 이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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