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출신으로 2년전부터 이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권문혁입니다.
우선 실명으로 질문하신 성제씨의 용기에서 PD 지망생의 패기를 느꼈습니다.
질문의 내용도 명확하고 구체적이군요.
성제씨의 우려와 궁금증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PD후배를 만들어 보고자 여러모로 애쓰면서 나름대로 고민하는 부분과 맞닿아 있는 내용도 있어서
가슴이 찡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 저널리즘스쿨은 PD만을 양성하는 곳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PD지망생이 얼핏보기에는 다소 걱정스럽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자와 PD 지망생들이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점도 많습니다.
기자도 영상감각과 기획능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예능이나 순수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도 저널리즘을 반드시 공부해야 합니다.
25년 경력의 PD로서 제가 확신합니다.
우리 학교의 개설 과목은 저널리즘과 방송에 대한 소양을 키우기 위해
여러 과목을 비교적 균형있게 배려했다고 봅니다.
나는 항상 우리 학생들에게 기자는 PD의 영역을, PD는 기자의 영역을 배우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진출했을 때, 혹은 입사과정에서 그것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길게 설명해야 할까요?
언론사 시험을 치러보면서, 언론에 진출한 뒤에 후회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역시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우리 학생, 청년들이 좀더 넓은 시야를 가졌으면 좋으련만...
우리 대학원은 PD 지망생을 위해서 방송제작, 영상예술, 기획, 방송작문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실습을 위해서는 카메라와 편집 장비도 모두 갖추고 있고요.
다만 제작 훈련, 즉 실습이 충분하지 않은 점은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PD쪽 교육을 담당하는 나로서는 세미 다큐 등의 제작 경험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쌓아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오늘날 방송사 PD공채에는 영상제작 능력을 평가하는 곳이 없습니다.
실제로 방송사PD로 입사하는데는 글쓰기 능력과 프로그팸 기획 능력이 가장 중요한게 현실입니다.
MBC에서 프로그램 제작에만 25년을 바치면서 느끼기에도
촬영, 편집 등의 실무는 나중에 배워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뛰어난 PD가 되려면 인문학적 소양, 사회적 흐름(시사)에 대한 이해, 창의적 발상 등이 가장 중요합니다.
방송사들이 입사 시험에서 종합교양, 글쓰기와 기획력, 토론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은
그것을 알아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성제씨의 걱정과 의문은 한국 방송사의 제작 시스템과 PD채용의 문제와 연결되기도 합니다.
국내에 PD지망생만을 위한 대학원 과정이 없다는 점을 나도 매우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MBC아카데미, 한예종 등 여러 방송 관련 학과에서 강의를 해본 제 경험으로 단언하건데
사실상 우리 대학원 만큼 알차게 강의를 진행하는 곳은 국내에 없습니다.
특히 내가 맡고 있는 방송기획론은 다른 어느 교수나 학교에 뒤진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PD지망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나 많고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제가 학생들에게 늘 당부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겠습니다.
"우선 방송사에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나의 제작 노하우를 전수 받아 방송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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