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대학생에게,
이봉수 선생인데 답변이 늦었습니다. 대학언론인 캠프와 입시로 시간 여유가 없었고 2년여 유예기간이 있기에 나중에 답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나도 해군이긴 하지만 장교로 복무했는데 장교는 알다시피 자기 시간을 활용할 여지가 꽤 큽니다. 잘 활용해서 제대후 전국 최고의 intensive course인 우리 스쿨에서 제대로 내공을 쌓은 뒤 좋은 기자가 되기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신문/방송 보기를 생활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평소에는 이를 소홀히 하다가 고시공부 하듯 언론사 입사 준비를 해서는 수백대 1 경쟁률을 뚫기는 어렵습니다. 언론을 통한 사회현실의 조회는 언론사 입사준비뿐 아니라 지식인이라면 당연한 의무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잘난 체 해서 민망하지만, 나는 국내외 20여개 매체를 하루 너덧 시간씩 모니터링합니다. 인터넷으로도 가능하니까 시간 외에는 큰 비용이 들 것도 없지요.
학생이 그렇게 많은 언론매체를 모니터링할 시간은 없겠지만, 적어도 진보/보수 언론 가운데 각각 하나 정도는 즐겨찾기에 올려놓고 매일 들어가 보는 습관을 붙여보세요. 균형된 뉴스감각과 비판적 안목을 기를 수 있을 겁니다. 미디어를 선택할 때 유의할 점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매체만 모니터링 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라는 겁니다.
둘째, 모니터링 결과는 그냥 버리지 말고, 좋은 글이 있으면 DB에 보관해두면 유용합니다. 자신만의 DB는 글을 쓸 때면 언제든지 꺼내 글맛을 돋굴 수 있게 해주는 김장독 같은 구실을 하지요. 인터넷 세대는 정보수집을 인터넷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버릇이 있는데, 인터넷에 떠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범용정보, 범용지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은 글 쓸 때 정보도 지식도 아니고 오히려 글을 구태의연하고 식상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셋째, 말할 필요도 없이 글을 자주 써보는 게 중요하지요.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글을 위한 글을 쓰지 말고, 실용적인 목적으로 글을 쓰라는 겁니다. 군에도 이런저런 정훈지들이 있고 군대에 관한 내밀한 얘기가 아니라면 일반 매체에도 기고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공개적인 글쓰기가 걸린다면 노트에 자기만의 병영일기를 쓴다든가 연간 몇 편의 책을 읽고 간단히 독후감을 써보는 것도 좋겠네요.
언젠가 우리 스쿨에 진학하면서 그때 익명의 문의를 한 것이 바로 나였다는 자기소개서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군대생활 잘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