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훈에게,
이봉수 선생인데 대뜸 반말을 해도 되는가 모르겠네. 공대생이 기자가 되는 데는 어떤 컴플렉스도 가질 필요가 없어. 우리 스쿨에도 학부전공은 이공계였는데 지금은 <한국일보> <오마이뉴스> 등에서 기자 일을 잘하고 있는 졸업생이 많지. 내 조선일보 입사동기인 양상훈 편집국장도 산업공학과를 나왔지.
저널리즘스쿨이 대학원 과정으로 설치된 것도 학부의 다양한 전공이 다양한 능력을 가진 기자/PD를 길러내는 데 좋다고 보기 때문이지. 외국에도 로스쿨 비즈니스스쿨과 더불어 저널리즘스쿨은 대개 대학원 과정으로 운영되지.
용훈이 언론인 되기를 꿈꾼다니 몇 가지 당부를 하고 싶네. 그러려면 이 정도는 실천해봐.
첫째, 신문/방송 보기를 생활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평소에는 이를 소홀히 하다가 고시공부 하듯이 언론사 입사 준비를 해서는 수백대 1 경쟁률을 뚫기는 어렵지. 언론을 통한 사회현실의 조회는 언론사 입사준비뿐 아니라 지식인이라면 당연한 의무 같은 것 아니겠어. 잘난 체 해서 민망하지만, 나는 국내외 20여개 매체를 하루 대여섯 시간씩 모니터링한다. 인터넷으로도 가능하니까 시간 외에는 큰 비용이 들 것도 없지.
용훈이 그렇게 많은 언론매체를 모니터링할 시간은 없겠지만, 적어도 진보/보수 언론 가운데 각각 하나 정도는 즐겨찾기에 올려놓고 매일 들어가 보는 습관을 붙여봐. 균형된 뉴스감각과 비판적 안목을 기를 수 있을 거야. 미디어를 선택할 때 유의할 점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매체만 모니터링 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야.
둘째, 모니터링 결과는 그냥 버리지 말고, 좋은 글이 있으면 DB에 보관해두라고. 자신만의 DB는 글을 쓸 때면 언제든지 꺼내 글맛을 돋굴 수 있게 해주는 김장독이나 된장독 같은 구실을 하지. 인터넷 세대는 정보수집을 인터넷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버릇이 있는데, 인터넷에 떠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범용정보, 범용지식이라는 사실을 잊지마.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은 글 쓸 때 정보도 지식도 아니고 오히려 글을 구태의연하고 식상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해.
셋째, 말할 필요도 없이 글을 자주 써보는 게 중요하겠지.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글을 위한 글을 쓰지 말고, 실용적인 목적으로 글을 쓰라는 거야. 교내 신문뿐 아니라 학교밖 언론매체에도 기고하도록 노력해봐. 기고라는 게 별 거 아니야. 댓글 다는 것도 실용적인 글쓰기의 하나잖아. "이젠 우리 모두가 기자"라는 사실을 명심해. 보는 게 기사이고 느끼는 게 칼럼이지.
그런 포트폴리오가 쌓이면 언론사에 입사하는 데도 대단히 유리해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서는 학생들이 강의 들은 것까지 기사로 쓰면 교수들이 데스크 봐서 언론매체에 기고하도록 해. 그것이 학점의 일부로 평가되니 학업과 현업 사이에 아무런 벽이 없는 거지. 우리 스쿨에 지망하는 것은 물론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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