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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뉴스] 그 때 그 사람들은 어디에
- 이성제
- 조회 : 2836
- 등록일 : 2012-12-30
29일과 30일, "신문편집 실습" 수업을 담당하시는 김경애 쌤과 "ES리조트" 다녀왔습니다.
1학기 종강 이후 다시 만난 건 처음, 곱디고운 피부와 낭랑한 목소리는 여전하시더군요.
카톡으로만 인사드리다 직접 마주하니 반가움은 두배, 마음은 달뜨고 입은 헤벌쭉 벌어졌죠.
문화관에서 걸식하다 맛난 거(소고기) 먹는다는 사심도 있었지만요.
경호, 형준, 태영, 성제, 허윤. 이렇게 다섯 아이들과 경애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후일담은 누군가 올릴 줄로 믿고, 저는 지난(1학기) 편집 수업 얘기를 잠시 꺼내볼랍니다.
사실 마지막 수업 때 모습들을 고이고이 담아뒀는데, 올해가 가기 전 구비구비 펴보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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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6월 15일 "신문편집 실습" 수강생들은 저녁 8시 한겨레 신문사 편집실로 모여들었습니다.
한 학기 동안 기사 제목다는 법을 나름(;;) 열심히 배웠던 이들이 종이 신문을 만들어보자는 거였지요.
한겨레 편집실은 토요판 제작 팀의 막바지 작업으로 북적였습니다. 좀 있으면 윤전기가 돌아간다고 했었던 거 같아요. 경애 쌤은 한창 바쁠때라 저희는 구석에서 슬금슬금 눈치보며 앉아있었습니다. 배는 고프고, 쌤은 안오고. 교실을 두리번 거리기도 지쳐 서로 말없이 앉아있을 즈음, 머리칼 휘날리는 어느 남성 분과 경애 쌤 등장!
경애쌤이 데리고 오신 분은 "김경래" 한겨레 디자인 부국장님.
중앙일보를 "베를리너 판"형으로 변화시킨 일등공신이래요. 종편 참여에 반대하셔서 한겨레로 넘어오셨고, 한겨레 신문 디자인을 지금처럼 발전시킨 주인공입니다. 당시... 봉샘께서 시민편집인 칼럼에 디자인 편화에 대한 비판적인 평을 내셨는데, 김경래 쌤은 분개(?)하셨다고. ㅎㅎ; 저희들에게 칼럼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이유가 있는 디자인이라고 한참을 설명하셨어요.
경애 쌤과 이름이 비슷하다는 걸 강조하시며 경래 쌤은 신문 디자인 원리를 일러주셨답니다. 요렇게요.
(욱이형, 종철이형, 진주누나... 어디서 무얼하고 지내시나요~)
주요 일간지 제호가 어떻고 1면 배치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아두면 좋을 것들을 차근차근 말씀해주셨어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내용은 "면 배치"에 대한 것.
"신문 1면도 중요하다. 하지만 신문을 펼쳤을 때 처음 나오는 3면이 더 중요하다. 그 언론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이 거기에 있다."
이외에도 "헤드라인과 사진 배치에 숨겨진 의도 읽기" "한 면의 기사 배치에 드러나는 신문사의 논조 읽기" 등도 어렴풋이 떠오르네요. 경래 쌤은 중앙일보에 있기 전, 각종 스포츠 신문 디자인 일을 하셨대요. 자극적으로 제목 뽑기는 "도사"라며 자신 덕에 잘나가는 스포츠 신문이 여럿 생겼다는 말씀도 하셨죠. 그리고 그런 식으로 헤드라인 장난치는 일을 하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이셨고요. (그게 싫어서 한겨레로 오셨다는...)
(제호, 헤드라인, 부제목 디자인은 이렇게 됩니다. 원고지 8매~10매가 박스 분량이 나와요. 등등의 설명과 흔적들)
두 어 시간 이론 수업을 하고, 각 팀은 맡은 면의 구성을 했습니다. 저는 성애 누나랑 5면을 맡았던 것 같아요. 어떤 기사들이 있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즐겁게 작업했던 모습들은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저만 즐거웠던 것 같기도 하고;;
아까 말씀드렸지만, 9시 즈음 수업이 시작되서 2시간 이론수업을 하고, 본격적으로 작업한 건 11시.
"피곤 스멜"은 솔솔 올라옵니다. (하루 종일 일하시고 저희 가르치신 쌤들 존경스러웠어요 ToT)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기사 배치에 돌입!
(형준형 귀욤)
작업은 두 부분으로 이뤄집니다. 사진처럼 기사 배치와 제목 달기를 마치면 출력한 다음 경애 쌤게 검사를 맡아요.
경애 쌤은 편집 전반을 살펴주십니다. 제목은 어떻고, 기사 배치는 어떻고...
"니들 고경태 쌤께 제목 다는 것 헛배웠구나..."
"기사를 이렇게 배치하면 독자들이 읽기 불편하지 않을까?"
"사진 위치가 이렇게 되면 (지면이) 한 눈에 안들어온단다."
이런 말씀들을 해주셨죠... 한탄이 반 한숨이 반 섞인 목소리에 머리만 긁적였습니다. 하하;
(편집실 벽면에 걸린 분석 도표 몰래 촬영은 아니고 그냥 찍었습니다. 매번 이런 분석을 하는 것 같아요. 신문에서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봉쌤 말씀도 얼핏 떠오르고, 디자인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는 말씀도 살짝쿵...)
기사 배치 작업, 피드백 받고 재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시간은 어느덧 새벽 4~5시를 훌쩍 넘깁니다.
한겨레 신문사엔 아무도 없어요. 토요판 출고되자 기자들은 다 떠났지요.
경애 쌤, 경래 쌤 두 분은 저희들과 금요일 밤을 불태웠습니다.
이렇게 편집 실습 수업을 마무리한 게 엊그제 같은데, 2012년도 이젠 안녕이군요.
사진 속 경애 쌤, 다시 뵈니 좋네요.
사진 속 경래 쌤, 다시 뵙고 싶구요.
사진 속 욱이 형, 종철이 형, 진주 누나도 그립고.
사진 밖 어딘가에 있을 5기 형 누나들은 무얼 하고 지내려나 궁금할 따름입니다.
모두들 해피 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