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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뉴스] 아! 아버지

  • 쓰리랑
  • 조회 : 2479
  • 등록일 : 2012-06-15
자녀가 글쓰는 배변고로 끙끙 앓을 때, 그는 출산고로 힘겨워합니다.
자녀가 합격결과에 일희일비 할 때, 제자식 눈앞에서 벌써부터 살랑이는 세상 유혹에 노심초사합니다.
자녀가 머리 위로 활짝 핀 영춘화를 뽐낼 때, 그는 텅빈 둥지를 바라보며 고독함을 달랩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아버지의 말씀. "넌 육신의 자식일 뿐이지만, 제자들은 내 영혼의 자식들이다"
평소에 기자의 정수는 똑똑한 머리가 아니라, 생활태도에 있다며 불호령을 내리시던 "영혼"의 아버지는 오늘 따라 힘이 없어 보입니다.

"필력이 좋아지면 뭐하나. 게을러터진 기자가 돼서 곡학아세 할 나팔수를 키우기 싫다"
정도를 걷는 기자를 키우겠다는 결심 하나로 고관의 자리를 뿌리치고, 산골짜기 제천에 내려온지 어느덧 5년. 남은 여생을 걸었기에, 자신의 뜻을 몰라주는 자식들이 야속하겠지요.

회식 자리에서 "합격시켜봤자, 권력에 물들게 뻔한 기자들을 내 손으로 키워낸다고 생각하니, 그만두고 싶다"는 한숨에 고개를들지 못했습니다. 모일보사 필기에 떨어지고 좌절했던 나날들이 한심했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아버지의 이상에 한참 못 미치는 부끄러운 그릇 크기 때문이지요.

세저리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1년이 다 돼 갑니다. 여기 모인 모든 제자들이 그렇듯, 저 또한 배수의 진을 치고 왔었드래지요.산골짜기에서 서울로 권토중래 그 날을 기약하며. 하지만 어느덧 조급함에 못 이겨, 이곳은 입시학원으로 변했고, 눈높이는 등용문 너머까지는 미치지 못했나 봅니다. 아버지의 한숨에 다시 한번 되뇌어 봅니다. 오늘따라 와세다대학 창립자인 오오쿠마시게노부가 아버지와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당시 영국식 입헌군주정을 지지하던 오오쿠마시게노부는 이토히로부미의 라이벌. 일본을 독일식 황제 중심제로 만들고자 했던 이토히로부미는 천황파의 지지를 얻어, 오오쿠마시게노부를 정치적으로 암살해버립니다.
그는 제국의회 출입을 제지하던 근위병을 통해서 자신의 의원직 박탈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시게노부는 학문의 독립을 외치며, 보리밭만 무성했던 도쿄의 서북 근교 와세다 지역에 학교를 세우게 됩니다.

당시 이토히로부미가 후원했던 도쿄제국대학(현 도쿄대학)은 지금의 대학과는 달리, 정치관료 양성기관을 목적으로 했습니다그러니, 이토히로부미를 위시한 천황파의 눈에는 오오쿠마세게노부의 자유주의 사상을 물려받을 와세다 출신들이 탐탁치 않았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 정신은 살아남아 유명한 "반골기질의 와세다"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오오쿠마시게노부가 처음 보리밭만 무성했던 자리에 섰을 때 사명감과 착잡함이 교차했으리라봅니다. 수상을 넘보던 자리에서쫓겨나 이상만을 가슴에 품고, 보리밭을 지나던 시게노부의 과거. 저는 그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현재를 봅니다. 천황파 견제로 자신이 세운 학교가 20여년 동안 정규 대학으로 인정 받지 못한 모습에서, 자식들이 제대로 크지 못할까 고뇌하는 당신이 투영돼 가슴이 아립니다.

1. 도시의 서북 와세다의 산림에
우뚝 서 있는 우리의 모교.
우리가 일찌기 품은 포부는
진취의 정신, 학문의 자유.
현세를 잊지 않는 영원한 이상.
빛나도다 우리가 가는 길을 보라!
(후략)

2. 저기를 보라. 늘 푸른 수풀은
마음의 고향 우리의 모교.
만나고 헤어지고 사람은 바뀌어도
한결같이 우러러 보는 이상의 빛.
자! 목소리를 합쳐 하늘도 울리도록
우리 모교의 이름을 힘껏 외치자!
(후략)

올해로 개교 130년. 와세다 거리에는 교가 "수도의 서북" 이 힘차게 흘러나옵니다. 그리고..아직 교가 하나 없지만, 이제 막 5년된 세저리 문화관에서 저는 새로이 만들어지는 역사의 증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만나고 혜어지고 사람은 바뀌어도 한결같이 우러러 보는 이상의 빛.. 일찌기 품은 포부, 우리가 가는 길을 보라!"

당장 보석같은 글도, 어사화도 아버지께 바치지는 못하겠지만, "정도를 가는 기자가 돼라"고 비춰주신 이상의 빛만은 한껏 품고자 합니다. 저희가 가는 길을 지켜봐주세요. 다시 찾게 될 마음의 고향 우리의 모교인 문화관에서.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사랑합니다! 아버지.

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9
admin 아리랑   2012-06-15 10:06:38
세저리에서 "쓰리랑"을 본지도 벌써 1년. 이놈이 제천에서 돼지고기, 닭고기를 정신없이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와세다 다녔던 그때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admin 我理郞   2012-06-15 14:33:24
누군지 모르지만 이름 도용해 내 행세 하지 마시오.
admin 꽃녀   2012-06-15 18:42:59
어제 뽕쌤 집에서 학교로 돌아가다 이름모를 꽃 몇송이를 봤어요. 그런데 문득 뽕쌤이 떠올랐죠. 멀리서보다 가까이서 볼 때 예쁜 그 꽃이 우리를 향한 뽕쌤 마음같아서 조금 슬펐습니다. 이제 뽕쌤의 진심을 사랑을 희생을 들여다보는 제가 될게요. 너무 멀리서 선생님 마음을 봐서 잘 몰랐나봐요. 귀중했던 어제를 통해 선생님과 우리들이 더 가까워 졌다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뜻깊은 하루^,^가 아닐까.... 뽕쌤알라뷰에용>_
admin 깔때기   2012-06-15 19:38:15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
admin 아리아리랑쓰리쓰리랑   2012-06-16 08:47:55
저희도 교가 만들어요~!
admin 매카시   2012-06-16 15:23:01
거룩하게 쓰지 말라고 그랬게 일렀거늘... 쯥!
admin 이색기   2012-06-16 15:48:17
친일파 김동현이 종북인 이유. http://www.frontiertimes.co.kr/news/news/2012/06/16/86251.html
admin 我理郞   2012-06-16 19:04:56
격이 달라도 한참 다르오. 나야말로 진정한 親 Book 坐 派.
admin 애s드립   2012-06-17 13:50:07
뽕쌤 반성할게요 크흐.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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