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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뉴스] 2010년 1월8일
- 황상호
- 조회 : 3930
- 등록일 : 2010-01-08
지난 며칠 동안, 연예뉴스 일색의 포털 검색 순위에 한 기자가 1위로 올랐습니다. 이름하야 "폭설 스타" 박대기 기자. 날씨 리포팅 도중 눈이 상반신을 뒤덮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 주었죠. 그리고 그의 이메일 아이디는 화룡점정이었습니다. "기다림"(waiting).
당신은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요?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진 않은지. 우린 오랜 기다림에 얻은 과실을 "대기만성"이라고 합니다. 앞서 입사한 1기 선배들이 자랑할 만한 예죠. 그래서 우리!! 좀 참읍시다.. 조그만 더 노력합시다... 고지가 저기 있습니다, 라고 말할 줄 알았죠?? No..no....no 그런 진부한 이야기, 사기성 짙은 말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 그릇의 크기를 솔직하게 봐야죠. 도자기 그릇의 크기는 늘거나 줄지 않습니다. 처음 빚어진 대로 가는 거죠. 쭉~~~
당신은 "대기만성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오랜 기다림 끝엔 당신이 기다리는 "달콤한 인생"이 펼쳐질 거라 생각하나요? 언젠가는 나를 알아주는 "그"가 나타나 줄 거라고 꿈꾸시나요? 지금 창문을 한 번 열어보세요. 그리고 웃통을 홀딱 벗고 소리치세요. "나는 대기만성형이다!" 저 멀리 행인들의 목소리가 들릴 겁니다. 바로 당신에게 하는 말입니다.
책 속 인상 깊은 내용을 소개합니다. 장정일의 <구월의 이틀> 중.
"나의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습니다. "삶의 어느 한 때를 가리켜 인생이라고 할 뿐, 일평생이 인생은 아니다." 다시 말해 나의 어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인생이란 20대의 어느 한 때를 가리킬 뿐"이랍니다. 나머지는 인생이 아니라 "그냥 어영부영", "쓰게다시", "덤", "부록", "죽지 못해", "타성"일 뿐이랍니다. 막 대학교에 입학한 여러분, 빙하시대를 불태워버릴 열정으로 이틀 혹은 하루뿐인 당신의 인생을 사십시오, 이 짧은 청춘의 날이 지나가고 나면, 여러분은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울게 됩니다."
(대학교수가 신입생에게 류시화의 구월의 이틀과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를 설명 중)
저널리즘 스쿨 2년 과정 중 이제 일 년이 남았습니다. 군 입대를 하고 상병을 단, 그러니까 딱 일 년이 되던 날 사수(바로 윗선임)가 저를 데리고 군대 내에 있는 노래방에 갔습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 선곡을 해주었죠. 바로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 년". 이 노래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그 생각만으로 벌써 일 년이~" 수업 시간에 충실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렇지 않은 날이 많았습니다. 언젠가 나아지겠지라며 20대의 치열함을 유예한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의 마지막 구절처럼 되는 건 막을랍니다. "벌써 일 년이 지났지만 일 년 뒤에도 그 일 년 뒤에도 널 기다려~"
개그맨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 한 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거다" 주제넘게 이런 생각했습니다.
*오늘 미디어 비평에 저널리즘 스쿨 취재 내용이 나옵니다.
*1월 9일부터 예비 언론인 캠프가 시작됩니다. 제천에 계신 분들 조금씩 힘을 모으도록 합시다. 단합하면, 우리 아닙니까. 얌체같이 기숙사에, 자취방에 숨어 계신다면, 당신은 "밉상". 고생하는 이 조교에게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해요"라며 이쁜 짓 착한 짓 다하는 당신은 "홍담". ㅋㅋㅋ
다음 기사는 오래간만에 제천에 복귀한 페릿양에게 넘김니다. 저 처럼 늦지 않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