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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01월 02일자 세저리 뉴스입니다.
- 유라
- 조회 : 3409
- 등록일 : 2010-01-02
1. 다들 잘 지내시나요. 저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2. 기숙사에서 짐을 싸던 목요일 쓰러져서 혼자 병원에 갔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과로, 신경성 위염, 영양실조 기미가……."라고 하셨습니다. 혼자 아프니 서럽대요. 나이가 들면 별게 다 서럽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호랑이 조교님을 본받아 제천에 올 때 종합 영양제와 보약을 쟁여옵시다. 응?
3. 어머니께서는 딸내미에 대한 걱정을 구박과 요리로 승화하셨습니다. "넌 그 나이 먹도록 니 몸 하나 관리 못하고 뭐하니"라고 분노하시며 끼마다 메이드 인 엄마손 요리를 주십니다. 아아, 엄뉘. 엄뉘 딸 여기서 살 더 찌면 굴러다녀요우. 그렇지만 집밥은 맛있습니다. 비바 엄마요리.
4. 재원군이 전화를 걸어 세저리 뉴스를 넘겼습니다.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조용하고 단단한 목소리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재원군의 모습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신년 안부 문자 보냈다고 세저리 뉴스를 넘기다니 삐뚫어질갑다.
5. 신년을 맞아 피부미용을 위해 팩을 하던 중 뽕교수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식겁했습니다. 교수님 되게 신나신 목소리입니다. 오랜만에 듣는 기가트라이브군, 호랑이 조교님, 홍담 편집장의 목소리도 반갑습니다. 술마시는 김에 제 책상위에 있는 발렌타인 17년산도 드시지 그랬어요. 그거 뜯은 채로 오래 두면 향이 날아가는데. 그리고 호랑이 조교님, 제천 갈 때 발렌타인 21년산과 함께 가겠습니다. 아님 소홍주와 함께. 언젠가 술을 얘기하는 호랑이 조교님의 모습은 진심으로 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표본이었습니다.
6. 저희 저널리즘 스쿨에는 이봉수 교수님, 제정임 교수님, 최창영 교수님이 계십니다. 세분 교수님 모두 책을 그만 읽으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그런데 제가 책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어머니께서 진작 사용하셨죠. 전화를 해주신 봉교수님께서 "책 그만 읽으라고 해도 안 읽을 너도 아니고"라고 하셨습니다. 드디어 저를 포기하셨습니다. 접시물에 코박고 죽어버릴까.
7. 싼무릎군이 짐을 문화관으로 옮겨줬습니다. 그리고 제 형광녹색 가방을 보며 의문을 표했습니다. 별건 아니고 화장품 및 바디용폼 기타 등등입니다. 기숙사의 여학우들은 압니다. 가방 그득한 화장품이라고…….
싼무릎군 그날 고마웠어요.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 제천에서 맛있는 것을 상납하겠습니다.
8. 한참 영화를 볼 때는 개봉한 영화를 다 봤습니다. 거기다 남들은 tv에서 해줘도 안볼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취향이라 별거별거 봤습니다. "DOA", "둠", "맥스 페인"도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이 세 영화의 공통점은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영화관에 스무 명 남짓한 사람이 관람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족을 잃은 형사, 부패경찰, 마약, 매드사이언티스트의 번역인 악덕 제약회사, 비정한 정부, 섹시한 러시안 미녀, 쌍권총, 현세의 지옥, 날아다니는 악마, 신의 계획을 한 문장으로 넣을 수 있으면 맥스 페인이 될 것 같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한 문장으로 못 넣습니다. 주제는 "마약은 나쁩니다", "마약 환각은 무섭습니다", "그런데 가끔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약하지 맙시다?" 어드매쯤 있는 것 같은데 신경 쓰면 지는 겁니다. 되게 재미없었습니다. 차라리 앞의 두 영화는 재미있었습니다. 둠은 좀비를 때려잡다 갑자기 해병대 정신을 부르짖으며 좀비와 몸싸움을 하지만 신경 쓰면 지는 거라니까요.
9. 언젠가 B급 미남 군이 보면 도움이 될 만한 만화를 추천해달라고 했습니다. 많죠. 전쟁의 잔인함과 인간의 구원, 전생을 다룬 만화나 체르노빌 핵폭발과 안데르센의 인어공주가 결합한 만화, 인간 본성의 욕망과 공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만화 등등이 있습니다만 취향을 많이 타는 장르라 추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굳이 추천한다면 삼국지연의를 조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재해석한 "창천항로"를 추천합니다. 조조묘도 발굴되었는데 조조가 주인공인 만화도 좋지요.
10. 문화관은 "지붕 뚫고 하이킥"이 유행입니다. 그 다음으로 방영될 시트콤이 공대생을 주제로 한 시트콤이라고 합니다. 설정과 줄거리를 듣는 순간 "빅뱅이론"을 떠올렸습니다. 공돌이의 생활을 다룬 이 시트콤은 미국에서도 굉장히 인기 있습니다.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장면의 놀라운 패러디가 나옵니다.
11. 사실 이 시트콤의 정수는 "이런 뻘짓을 왜 하는데?"라는 질문에 "할 수 있으니까"라고 대답하는 geek들의 귀여운 매력에 있습니다. 트래키라면 스팍의 지구인 버전인 쉘든을 보며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오…….제작진들이 인터넷을 끊었으면 싶은 "슈퍼내츄럴"은 추천하기가 뭣합니다. 아마 "버피" 제작진 이후 라이브 저널을 제일 열심히 다니는 것 같은 크립키 프로듀서는 인터넷을 끊길 바랍니다. 수사물을 빙자한 시트콤이라는 별명을 가진 "NCIS"는 해군이 나오면 어디든 갑니다. 별게 다 아랍과 알 카에다와 연관지으며 "때려잡자, 테러리스트"를 부르짖는 이 드라마를 보면 정신이 썩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은발의 깁스 씨가 멋져서 봅니다. 드라마에서도 "은발여우"라고 부리는 마크 하몬은 참...좋습니다.
아니면 봉교수님께서 제일 사랑하는 가디언은 아니지만 그 다음으로 사랑하시는 BBC 드라마도 좋습니다. 러셀 T. 데이비스가 제작한 드라마는 참 재미있습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콜린 퍼스의 연못씬으로 유명한 "오만과 편견"등 영국 고전을 재해석한 BBC 고전 드라마도 재미있고 "핑거스미스"처럼 시대물인 척하는 드라마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닥터 후"를 강력 추천합니다. "BBC"가 14년 만에 다시 제작한 이 시리즈는 1963년에 처음제작 되었습니다. "후추통과 뚫어뻥"으로 만들어진 제일 무서운 외계인 달렉이 외치는 "Exterminate!"는 사전에도 등록되었습니다. "닥터 후"의 인기로 제작된 스핀오프 시리즈인 "사라제인 어드벤처"와 "토치우드"도 재미있습니다. 드라마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야기를 합니다. 스스로 노예이길 원하는 노예에게 노예대접을 해주는 것이 옳은가, 라는 질문부터 인간의 이익을 위해 재배한 인간을 생체 실험하는 것은 옳은가, 라는 쟁점까지 기계문명의 발달과 인간성의 상실처럼 광범위하고 묵직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제가 이상한 괴물이 나오는 화면을 보고 히죽거리고 있을 경우 주로 이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앨리맥빌" 이후 또 로펌에서 연애하는 드라마인 "보스턴 리걸"을 보면 데니 크레인과 앨런 쇼어의 우정이 인상적입니다. 당시 미국의 쟁점을 전면으로 다루면서 부시 정부에 대한 가장 가열찬 비판을 하는 이 드라마가 폭스에서 나왔다는 점이 웃깁니다.
12. 생각해보면 앨런 쇼어 역의 제임스 스페이더는 십몇 년 전만해도 꽃미남 배우였지만 크로넨버그 감독 영화에서 변태로 인식되다 "세크러터리"에서 변태의 정점을 찍습니다. 한니발 박사의 안소니 홉킨스도 성실한 집사 역을 멀쩡했지만 양들의 침묵 이후 점점 싸이코 역만 하다 정진정격 사이코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하얀 궁전"에서는 꽃처럼 이뻤는데. 그 영화에서 수잔 서랜든이 17살 연하인 스페이더를 낚아채는 것을 보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저도 17살 연하를...외치지만 그건 언니니까 가능합니다.
13. 사실 대전에 데굴거리고 있어서 딱히 전해드릴 소식이 없어서 제일 잘 아는 얘기를 했습니다. "차를 맛있게 끓이는 법을 쓸까"했는데 역시 제일 잘 하는 것은 사심으로 수다를 떠는 것입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며 "찌질한 놈이랑 비겁한 놈한테 말려서 스칼렛 인생이 꼬였다"와 "주홍글씨"의 주제는 "역시 여자는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와 브론테 자매의 작품은 "미친 x와 엮이면 인생이 피곤해진다"고 하며 "역시 고전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품막장드라마"고 낄낄거리는 수준이라서 말이죠. 아니면 "창힐 이 XXX. 강가에 새가 지나가면 구워서 먹어야지 왜 한자는 만들고 XX야"라고 부르짖거나.
14. 그래서 제 주변 사람들은 저와 로맨스 물은 안봅니다.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역시 남자의 로망은 키워서 잡아먹는 것"이라고 하는 애랑 무슨 로맨스의 낭만을.
15. 별 쓸데없는 소리를 이렇게 길게 하는 것도 재주입니다. 그러니 세저리 뉴스는 논문을 써야하는 조형진군에게 넘깁니다.
16. 참 이건 건의인데 저희 게시판이나 저널에서 tag를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홈피의 세명피디아 역시 tag로 묶이면 좀더 확장될 것 같은데 어렵나요.
자유게시판은 html도 안되나요.T^T.
아,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럼 제천에서 뵙겠습니다.
2. 기숙사에서 짐을 싸던 목요일 쓰러져서 혼자 병원에 갔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과로, 신경성 위염, 영양실조 기미가……."라고 하셨습니다. 혼자 아프니 서럽대요. 나이가 들면 별게 다 서럽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호랑이 조교님을 본받아 제천에 올 때 종합 영양제와 보약을 쟁여옵시다. 응?
3. 어머니께서는 딸내미에 대한 걱정을 구박과 요리로 승화하셨습니다. "넌 그 나이 먹도록 니 몸 하나 관리 못하고 뭐하니"라고 분노하시며 끼마다 메이드 인 엄마손 요리를 주십니다. 아아, 엄뉘. 엄뉘 딸 여기서 살 더 찌면 굴러다녀요우. 그렇지만 집밥은 맛있습니다. 비바 엄마요리.
4. 재원군이 전화를 걸어 세저리 뉴스를 넘겼습니다.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조용하고 단단한 목소리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재원군의 모습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신년 안부 문자 보냈다고 세저리 뉴스를 넘기다니 삐뚫어질갑다.
5. 신년을 맞아 피부미용을 위해 팩을 하던 중 뽕교수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식겁했습니다. 교수님 되게 신나신 목소리입니다. 오랜만에 듣는 기가트라이브군, 호랑이 조교님, 홍담 편집장의 목소리도 반갑습니다. 술마시는 김에 제 책상위에 있는 발렌타인 17년산도 드시지 그랬어요. 그거 뜯은 채로 오래 두면 향이 날아가는데. 그리고 호랑이 조교님, 제천 갈 때 발렌타인 21년산과 함께 가겠습니다. 아님 소홍주와 함께. 언젠가 술을 얘기하는 호랑이 조교님의 모습은 진심으로 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표본이었습니다.
6. 저희 저널리즘 스쿨에는 이봉수 교수님, 제정임 교수님, 최창영 교수님이 계십니다. 세분 교수님 모두 책을 그만 읽으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그런데 제가 책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어머니께서 진작 사용하셨죠. 전화를 해주신 봉교수님께서 "책 그만 읽으라고 해도 안 읽을 너도 아니고"라고 하셨습니다. 드디어 저를 포기하셨습니다. 접시물에 코박고 죽어버릴까.
7. 싼무릎군이 짐을 문화관으로 옮겨줬습니다. 그리고 제 형광녹색 가방을 보며 의문을 표했습니다. 별건 아니고 화장품 및 바디용폼 기타 등등입니다. 기숙사의 여학우들은 압니다. 가방 그득한 화장품이라고…….
싼무릎군 그날 고마웠어요.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 제천에서 맛있는 것을 상납하겠습니다.
8. 한참 영화를 볼 때는 개봉한 영화를 다 봤습니다. 거기다 남들은 tv에서 해줘도 안볼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취향이라 별거별거 봤습니다. "DOA", "둠", "맥스 페인"도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이 세 영화의 공통점은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영화관에 스무 명 남짓한 사람이 관람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족을 잃은 형사, 부패경찰, 마약, 매드사이언티스트의 번역인 악덕 제약회사, 비정한 정부, 섹시한 러시안 미녀, 쌍권총, 현세의 지옥, 날아다니는 악마, 신의 계획을 한 문장으로 넣을 수 있으면 맥스 페인이 될 것 같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한 문장으로 못 넣습니다. 주제는 "마약은 나쁩니다", "마약 환각은 무섭습니다", "그런데 가끔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약하지 맙시다?" 어드매쯤 있는 것 같은데 신경 쓰면 지는 겁니다. 되게 재미없었습니다. 차라리 앞의 두 영화는 재미있었습니다. 둠은 좀비를 때려잡다 갑자기 해병대 정신을 부르짖으며 좀비와 몸싸움을 하지만 신경 쓰면 지는 거라니까요.
9. 언젠가 B급 미남 군이 보면 도움이 될 만한 만화를 추천해달라고 했습니다. 많죠. 전쟁의 잔인함과 인간의 구원, 전생을 다룬 만화나 체르노빌 핵폭발과 안데르센의 인어공주가 결합한 만화, 인간 본성의 욕망과 공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만화 등등이 있습니다만 취향을 많이 타는 장르라 추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굳이 추천한다면 삼국지연의를 조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재해석한 "창천항로"를 추천합니다. 조조묘도 발굴되었는데 조조가 주인공인 만화도 좋지요.
10. 문화관은 "지붕 뚫고 하이킥"이 유행입니다. 그 다음으로 방영될 시트콤이 공대생을 주제로 한 시트콤이라고 합니다. 설정과 줄거리를 듣는 순간 "빅뱅이론"을 떠올렸습니다. 공돌이의 생활을 다룬 이 시트콤은 미국에서도 굉장히 인기 있습니다.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장면의 놀라운 패러디가 나옵니다.
11. 사실 이 시트콤의 정수는 "이런 뻘짓을 왜 하는데?"라는 질문에 "할 수 있으니까"라고 대답하는 geek들의 귀여운 매력에 있습니다. 트래키라면 스팍의 지구인 버전인 쉘든을 보며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오…….제작진들이 인터넷을 끊었으면 싶은 "슈퍼내츄럴"은 추천하기가 뭣합니다. 아마 "버피" 제작진 이후 라이브 저널을 제일 열심히 다니는 것 같은 크립키 프로듀서는 인터넷을 끊길 바랍니다. 수사물을 빙자한 시트콤이라는 별명을 가진 "NCIS"는 해군이 나오면 어디든 갑니다. 별게 다 아랍과 알 카에다와 연관지으며 "때려잡자, 테러리스트"를 부르짖는 이 드라마를 보면 정신이 썩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은발의 깁스 씨가 멋져서 봅니다. 드라마에서도 "은발여우"라고 부리는 마크 하몬은 참...좋습니다.
아니면 봉교수님께서 제일 사랑하는 가디언은 아니지만 그 다음으로 사랑하시는 BBC 드라마도 좋습니다. 러셀 T. 데이비스가 제작한 드라마는 참 재미있습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콜린 퍼스의 연못씬으로 유명한 "오만과 편견"등 영국 고전을 재해석한 BBC 고전 드라마도 재미있고 "핑거스미스"처럼 시대물인 척하는 드라마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닥터 후"를 강력 추천합니다. "BBC"가 14년 만에 다시 제작한 이 시리즈는 1963년에 처음제작 되었습니다. "후추통과 뚫어뻥"으로 만들어진 제일 무서운 외계인 달렉이 외치는 "Exterminate!"는 사전에도 등록되었습니다. "닥터 후"의 인기로 제작된 스핀오프 시리즈인 "사라제인 어드벤처"와 "토치우드"도 재미있습니다. 드라마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야기를 합니다. 스스로 노예이길 원하는 노예에게 노예대접을 해주는 것이 옳은가, 라는 질문부터 인간의 이익을 위해 재배한 인간을 생체 실험하는 것은 옳은가, 라는 쟁점까지 기계문명의 발달과 인간성의 상실처럼 광범위하고 묵직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제가 이상한 괴물이 나오는 화면을 보고 히죽거리고 있을 경우 주로 이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앨리맥빌" 이후 또 로펌에서 연애하는 드라마인 "보스턴 리걸"을 보면 데니 크레인과 앨런 쇼어의 우정이 인상적입니다. 당시 미국의 쟁점을 전면으로 다루면서 부시 정부에 대한 가장 가열찬 비판을 하는 이 드라마가 폭스에서 나왔다는 점이 웃깁니다.
12. 생각해보면 앨런 쇼어 역의 제임스 스페이더는 십몇 년 전만해도 꽃미남 배우였지만 크로넨버그 감독 영화에서 변태로 인식되다 "세크러터리"에서 변태의 정점을 찍습니다. 한니발 박사의 안소니 홉킨스도 성실한 집사 역을 멀쩡했지만 양들의 침묵 이후 점점 싸이코 역만 하다 정진정격 사이코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하얀 궁전"에서는 꽃처럼 이뻤는데. 그 영화에서 수잔 서랜든이 17살 연하인 스페이더를 낚아채는 것을 보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저도 17살 연하를...외치지만 그건 언니니까 가능합니다.
13. 사실 대전에 데굴거리고 있어서 딱히 전해드릴 소식이 없어서 제일 잘 아는 얘기를 했습니다. "차를 맛있게 끓이는 법을 쓸까"했는데 역시 제일 잘 하는 것은 사심으로 수다를 떠는 것입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며 "찌질한 놈이랑 비겁한 놈한테 말려서 스칼렛 인생이 꼬였다"와 "주홍글씨"의 주제는 "역시 여자는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와 브론테 자매의 작품은 "미친 x와 엮이면 인생이 피곤해진다"고 하며 "역시 고전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품막장드라마"고 낄낄거리는 수준이라서 말이죠. 아니면 "창힐 이 XXX. 강가에 새가 지나가면 구워서 먹어야지 왜 한자는 만들고 XX야"라고 부르짖거나.
14. 그래서 제 주변 사람들은 저와 로맨스 물은 안봅니다.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역시 남자의 로망은 키워서 잡아먹는 것"이라고 하는 애랑 무슨 로맨스의 낭만을.
15. 별 쓸데없는 소리를 이렇게 길게 하는 것도 재주입니다. 그러니 세저리 뉴스는 논문을 써야하는 조형진군에게 넘깁니다.
16. 참 이건 건의인데 저희 게시판이나 저널에서 tag를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홈피의 세명피디아 역시 tag로 묶이면 좀더 확장될 것 같은데 어렵나요.
자유게시판은 html도 안되나요.T^T.
아,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럼 제천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