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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뉴스*11/23(월)
- 홍담
- 조회 : 3533
- 등록일 : 2009-11-24
#1
오랜만에 내려간 집이였지만 오후 4시에 있는 수업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분주했습니다.
경주에서 제천까지 기차로 4시간, 넘실대는 황금벌판도 타작에 바쁜 농부들도 이제 없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초겨울 농촌풍경에 푹~취합니다.
사실 어제 기제사후에 먹었던 음복주가 덜 깨서인지도..^^
어쨌든 아름다운 지방을 고향으로 둔 게 불편하기도 했지만 이럴땐 사실 감사한 마음이 더 커집니다.
겨울방학을 이용한 경주방문, 환영합니다.
박흥영선생님께 또 까였습니다. 휴먼다큐멘터리 기획안을 내라고 했는데 제가 낸 터미널앞
분식점 아저씨의 기구한 인생도, 아연이가 기획한 청암학교 학생들도, 태희의 이봉수쌤 이야기도 구체화가 덜 되어서
야단 아닌 야단을 맞았더랬죠. PD수업을 들을때면 ‘아, 진짜 이 길이 쉽지가 않구나,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지만
뽕쌤&최쌤&제쌤의 수업무게에 묻혀 월요일이 지나면 이내 까먹어버리고 소홀해지게 되버리는 현실,
오늘 다시 두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이번엔 제발 약효가 오래오래 갔으면 하는 소망..
기자와 PD, 모두 저널리스트를 준비한다는 입장에서 맥락이 같지만 공부를 해볼수록 글쓰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삼겹살을 먹으러 가자고 했습니다.
후문 돈페테리아 삼겹살 두근과 소주세병을 세명이서(우리는 세명대니까ㅋㅋ)먹으며 참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향후 공부방향과 PD의 미래를 비롯하여 선생님의 연애이야기까지, 점차 취기가 오를때 즈음엔 저보다 30살은 훨씬 많은 선생님이 동네형처럼 친근해졌었더랬죠. 그래서 2차는 당구장. 4구 150즈음은 가볍게 깐다는 우리 태희, 역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지만 진지함과 예리함의 콤비가 묻어나는 박쌤께 2:0으로 패했습니다.
게임비 6천원을 계산하며 태희군은 “다음주에 설욕전을 하겠다”며 부드득 부드득 이를 갑니다.
뭐 저는 이 게임과 상관없었던 게 본디 칙칙한 남정네끼리의 4구는 관심이 없고 아리따운 여인과의 포켓볼을 더 즐기기에...-_-a..
10시즈음 문화관으로 돌아왔을때, 여학우들의 비난의 눈초리가 따갑습니다.
“아, 홍담. 저질 돈페테리아 냄새 나”
세저리 뉴스를 끄적대고 있으려니, 어윽 발끝부터 머리털끝까지 배인 고기비린내에 옆자리 방양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본의아니게 고기시식 자랑이 되었지만 오늘 저녁 소중한 추억을 또 쌓았습니다.
#2
“오빠, 세저리뉴스 너무 재밌게 잘보고 있어요” 오빠란 말도 머쓱했지만 세저리뉴스도 잼나다니,
몇마디 못섞어 본 강혜원(맞나요? 캠프에 참가하셨고, 사회교양특강에 자주오시는 분)님이 칭찬을 해주니 어쩔 줄 몰랐습니다. 부끄러워서 그냥 웃고 지나쳤지만 좀 더 뻔뻔하게 “아, 그럼 댓글도 좀 달아주시고 그러세요”라고 말할걸 하는 후회를 했었습니다. 금요일 특강후 홍기빈쌤과 뒷풀이자리에서 이준희(숨소리가 섹시한 그분 = 이응이응 정보제공)님도 간간히 보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우리 내부적으로만 관심있게 보는 글인지 알았더니 참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네요. 편집장으로 감사하단 말 대신 드립니다. 꾸벅.
허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 경주집에서 과실효소를 만들기위해 열심히 오미자를 다듬고 있을때(갑자기 나이든 영감 같아서 좀 슬플때 였습니다) 아버지가 제 앞에 앉습니다. ‘학교생활은 할만하냐, 봉쌤 건강엔 이 자연효소가 최곤데’라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오미자까던 손을 멈추시고 제 눈을 쳐다보며 아버지는 저음으로 말씀하십니다.
“홍담아, 니 담배 풋나?(너 담배피니?)”
“.....”
“....”
“아. 예!..한번씩 핍니다”
핀지 아주 오래된 건 아니지만 집에 갈때마다 담배를 감추고
꼭 한 대 피고 싶더래도 집 밖을 나와 멀리가서 태운뒤에 입엔 가글, 손엔 로션을 바르고 돌아오고 했었는데...
딱 들켜버렸습니다. 어떻게 들켰게요?
바로, 요 세저리 뉴스덕택입니다.
11월 16일자 기사 #2 저 구석에 “홍담은 담배피러 나가고..홍담은 담배피러 나가고..” 요 기사를 아버지는 딱 캣치 하신거죠. 자주 여기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들어오면 그동안의 뉴스를 꼼꼼히 챙겨본다는 아버지..제게 있어 가장 영향력이 큰 모니터링요원이 되어버렸습니다.
담배 피는 거에 대해서 야단을 치시거나 더 이상의 언급은 없었지만 스스로 너무 죄송한 기분이 집을 떠나오던 순간까지 가시질 않았습니다.
저는 그날 저녁, 두시간 동안 열심히 메주를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묵묵히 밤을 까고, 평소보다 정성스럽게 제사를 준비했습니다.
태희에게 오늘 내 이런 경험담을 들려줬더니, “맞다. 맞다”며 맞장구를 칩니다.
태희군 아버님이 세저리뉴스를 읽으시고 진지하게 “넌 왜 각덩어리냐. 남자가 무릎이 저렴해서 되겠냐”며 핀잔을 줬다고 합니다.
기차를 타고 오며 생각합니다. 황색저널 세저리뉴스.
건조한 팩트를 가지고 재밌게 쓰는 거지만 개인적 상황을 고려해서 잘 써야겠다고.
근데, 개인적 상황을 다 어떻게 캣치한담?
손브라더, 어제 새벽, <디스트릭트 나인>을 다운 받은 게 아니라 <디스트릭트 나잇>을 받아 몰래 봤다면서요?
ㅋㅋ 요런 개인적 상황은 쓰면 안되는 게 맞는거죠?
오랜만에 내려간 집이였지만 오후 4시에 있는 수업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분주했습니다.
경주에서 제천까지 기차로 4시간, 넘실대는 황금벌판도 타작에 바쁜 농부들도 이제 없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초겨울 농촌풍경에 푹~취합니다.
사실 어제 기제사후에 먹었던 음복주가 덜 깨서인지도..^^
어쨌든 아름다운 지방을 고향으로 둔 게 불편하기도 했지만 이럴땐 사실 감사한 마음이 더 커집니다.
겨울방학을 이용한 경주방문, 환영합니다.
박흥영선생님께 또 까였습니다. 휴먼다큐멘터리 기획안을 내라고 했는데 제가 낸 터미널앞
분식점 아저씨의 기구한 인생도, 아연이가 기획한 청암학교 학생들도, 태희의 이봉수쌤 이야기도 구체화가 덜 되어서
야단 아닌 야단을 맞았더랬죠. PD수업을 들을때면 ‘아, 진짜 이 길이 쉽지가 않구나,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지만
뽕쌤&최쌤&제쌤의 수업무게에 묻혀 월요일이 지나면 이내 까먹어버리고 소홀해지게 되버리는 현실,
오늘 다시 두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이번엔 제발 약효가 오래오래 갔으면 하는 소망..
기자와 PD, 모두 저널리스트를 준비한다는 입장에서 맥락이 같지만 공부를 해볼수록 글쓰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삼겹살을 먹으러 가자고 했습니다.
후문 돈페테리아 삼겹살 두근과 소주세병을 세명이서(우리는 세명대니까ㅋㅋ)먹으며 참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향후 공부방향과 PD의 미래를 비롯하여 선생님의 연애이야기까지, 점차 취기가 오를때 즈음엔 저보다 30살은 훨씬 많은 선생님이 동네형처럼 친근해졌었더랬죠. 그래서 2차는 당구장. 4구 150즈음은 가볍게 깐다는 우리 태희, 역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지만 진지함과 예리함의 콤비가 묻어나는 박쌤께 2:0으로 패했습니다.
게임비 6천원을 계산하며 태희군은 “다음주에 설욕전을 하겠다”며 부드득 부드득 이를 갑니다.
뭐 저는 이 게임과 상관없었던 게 본디 칙칙한 남정네끼리의 4구는 관심이 없고 아리따운 여인과의 포켓볼을 더 즐기기에...-_-a..
10시즈음 문화관으로 돌아왔을때, 여학우들의 비난의 눈초리가 따갑습니다.
“아, 홍담. 저질 돈페테리아 냄새 나”
세저리 뉴스를 끄적대고 있으려니, 어윽 발끝부터 머리털끝까지 배인 고기비린내에 옆자리 방양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본의아니게 고기시식 자랑이 되었지만 오늘 저녁 소중한 추억을 또 쌓았습니다.
#2
“오빠, 세저리뉴스 너무 재밌게 잘보고 있어요” 오빠란 말도 머쓱했지만 세저리뉴스도 잼나다니,
몇마디 못섞어 본 강혜원(맞나요? 캠프에 참가하셨고, 사회교양특강에 자주오시는 분)님이 칭찬을 해주니 어쩔 줄 몰랐습니다. 부끄러워서 그냥 웃고 지나쳤지만 좀 더 뻔뻔하게 “아, 그럼 댓글도 좀 달아주시고 그러세요”라고 말할걸 하는 후회를 했었습니다. 금요일 특강후 홍기빈쌤과 뒷풀이자리에서 이준희(숨소리가 섹시한 그분 = 이응이응 정보제공)님도 간간히 보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우리 내부적으로만 관심있게 보는 글인지 알았더니 참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네요. 편집장으로 감사하단 말 대신 드립니다. 꾸벅.
허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 경주집에서 과실효소를 만들기위해 열심히 오미자를 다듬고 있을때(갑자기 나이든 영감 같아서 좀 슬플때 였습니다) 아버지가 제 앞에 앉습니다. ‘학교생활은 할만하냐, 봉쌤 건강엔 이 자연효소가 최곤데’라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오미자까던 손을 멈추시고 제 눈을 쳐다보며 아버지는 저음으로 말씀하십니다.
“홍담아, 니 담배 풋나?(너 담배피니?)”
“.....”
“....”
“아. 예!..한번씩 핍니다”
핀지 아주 오래된 건 아니지만 집에 갈때마다 담배를 감추고
꼭 한 대 피고 싶더래도 집 밖을 나와 멀리가서 태운뒤에 입엔 가글, 손엔 로션을 바르고 돌아오고 했었는데...
딱 들켜버렸습니다. 어떻게 들켰게요?
바로, 요 세저리 뉴스덕택입니다.
11월 16일자 기사 #2 저 구석에 “홍담은 담배피러 나가고..홍담은 담배피러 나가고..” 요 기사를 아버지는 딱 캣치 하신거죠. 자주 여기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들어오면 그동안의 뉴스를 꼼꼼히 챙겨본다는 아버지..제게 있어 가장 영향력이 큰 모니터링요원이 되어버렸습니다.
담배 피는 거에 대해서 야단을 치시거나 더 이상의 언급은 없었지만 스스로 너무 죄송한 기분이 집을 떠나오던 순간까지 가시질 않았습니다.
저는 그날 저녁, 두시간 동안 열심히 메주를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묵묵히 밤을 까고, 평소보다 정성스럽게 제사를 준비했습니다.
태희에게 오늘 내 이런 경험담을 들려줬더니, “맞다. 맞다”며 맞장구를 칩니다.
태희군 아버님이 세저리뉴스를 읽으시고 진지하게 “넌 왜 각덩어리냐. 남자가 무릎이 저렴해서 되겠냐”며 핀잔을 줬다고 합니다.
기차를 타고 오며 생각합니다. 황색저널 세저리뉴스.
건조한 팩트를 가지고 재밌게 쓰는 거지만 개인적 상황을 고려해서 잘 써야겠다고.
근데, 개인적 상황을 다 어떻게 캣치한담?
손브라더, 어제 새벽, <디스트릭트 나인>을 다운 받은 게 아니라 <디스트릭트 나잇>을 받아 몰래 봤다면서요?
ㅋㅋ 요런 개인적 상황은 쓰면 안되는 게 맞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