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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KBS기자협회보에 실린 소영이의 탈수습기 (2009.6.4)

  • 김현주
  • 조회 : 4344
  • 등록일 : 2009-06-16
강력범들은 상상처럼 흉악하지 않았다

기자가 되기 전, 시험만 합격하고 나면 ‘도도하고 예리한’ 기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새벽에 경찰서 마와리를 돌면서는 그 어떤 피의자보다 비굴하게 형사들 앞에 섰고 보고를 할 때마다 느껴지는 나의 무식함에 진저리를 쳤다.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에 닫힌 경찰서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은 언제나 떨리는 일이었다. 거절 당하고 쫓겨나는 일이 부지기수. 더는 사소한 면박들에 상처받지 않게 될 때쯤, 신기하게도 조금씩 다른 세상이 보였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유가족들은 생각보다 침착하게 장례절차를 논의했고, 폭력 피의자들은 상상했던 것만큼 흉악하지 않았으며, 마약으로 구속된 언니는 나보다 발랄했다. 감지되는 세상의 ‘밀도’가 높아지는 듯했다. 손과 발로 부지런히 ‘삽질’한 덕분이었다. 잘하면 내가 기자가 될 수도 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말을 대변해 주기 위해 기자가 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기자가 되고 나니 이 세상에 피해자의 말은 넘쳐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들은 내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들려준다. 정작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들)는 말이 없다.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아쉬울 게 없는 이들의 ‘한 말씀’. 그 ‘한 말씀’을 들을 때까지 나는 계속 닫힌 물을 두드릴 것이다. 무식하고 비굴한 기자가 되어도 좋다. 세상을 바꾸는 그 ‘한 발씀’을 들을 수만 있다면야 쪽 팔리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2009년의 뜨거웠던 한철을 함께 한 나의 모든 피의자들에게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수습생활을 열어준 장자연 씨와 그 끝에 서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그 모든 이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

읽으면서 소영이가 어떻게 피의자, 가해자들을 만났을지 상상이 가서 재미있었습니다. ㅋㅋ

기자협회보 블로그에 가도 탈수습기가 올라와 있지 않아서 신문에 나온 대로 쳐서 올립니다.

***

소영이 보고 싶다. ㅋㅋ

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5
admin    2009-06-16 14:51:16
너 정성이 더 대단ㅋㅋ
admin 김현주   2009-06-17 10:42:07
닫힌 물 -> 닫힌 문 // 코멘트가 하나라도 달리면 수정을 못 한다고 함.
admin 김소영   2009-06-17 20:53:40
현주 언니, 오마이갓!!!!
admin 쑥쑥   2009-06-19 15:35:06
와우!
admin 이수경   2009-06-21 20:54:02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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