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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김영민의 공부 중에서
- 이동현
- 조회 : 6088
- 등록일 : 2008-05-20
사람들은 자기복제에만 능할 뿐, 공부도 대화도 잘하지 못한다. 그 방법을 몰라서이기도 하지만, 알면서도 귀찮아서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덫’도 ‘멈춰야 하는 때’도 모른다. 그리고 또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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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의 ‘공부’ 중에서
“글쓰기는 관념 이전에 개인의 생활양식 속에서 만들어진 몸의 문제다. 이 몸과 버릇 속에 각인된 과거를 고집하는 한, 공부도 변화도 성숙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글쓰기 공부는 이러한 덫을 제어하고 몰아내는 끈질긴 노력을 바탕에 둔다. 비우지 않고는 담지 못하며 지우지 않고는 배우지 못함을 명심하라”
“공부길에 돌이킬 수 없이 발을 들여놓은 자라면 그 누구나 ‘해는 기울고 길은 멀다(日暮途遠)’는 느낌에 강박처럼 몸을 떤다. 그러나 ‘사람의 무늬(人紋)’를 조형하고 보살피려는 공부는 ‘때가 익는(時熟)’ 절대-비용이 필요한 법이니, 턱없이 서둘러 될 일도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두를 수 없는 노릇은 학인들 사이의 대화일 것이다. 그것은 무슨 어학을 배우듯이 듣기나 말하기의 기계적 배속(倍速) 장치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마디 한 마디 기다리며 경청하고 헤아리면서 또 극진하게 응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 곧 대화로서의 공부이기 때문이다. 가령 자신이 아는 것을 주저리주저리 다 늘어놓는 짓은 어리석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조차 하다. 내가 말수를 독점하는 순간, 이미 상대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서양의 격언에, ‘좋은 말(馬/言)은 제때에 멈춘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이런 대화의 요령을 단숨에 잡아채는 명구가 아닐 수 없다.”
‘덫’도 ‘멈춰야 하는 때’도 모른다. 그리고 또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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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의 ‘공부’ 중에서
“글쓰기는 관념 이전에 개인의 생활양식 속에서 만들어진 몸의 문제다. 이 몸과 버릇 속에 각인된 과거를 고집하는 한, 공부도 변화도 성숙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글쓰기 공부는 이러한 덫을 제어하고 몰아내는 끈질긴 노력을 바탕에 둔다. 비우지 않고는 담지 못하며 지우지 않고는 배우지 못함을 명심하라”
“공부길에 돌이킬 수 없이 발을 들여놓은 자라면 그 누구나 ‘해는 기울고 길은 멀다(日暮途遠)’는 느낌에 강박처럼 몸을 떤다. 그러나 ‘사람의 무늬(人紋)’를 조형하고 보살피려는 공부는 ‘때가 익는(時熟)’ 절대-비용이 필요한 법이니, 턱없이 서둘러 될 일도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두를 수 없는 노릇은 학인들 사이의 대화일 것이다. 그것은 무슨 어학을 배우듯이 듣기나 말하기의 기계적 배속(倍速) 장치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마디 한 마디 기다리며 경청하고 헤아리면서 또 극진하게 응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 곧 대화로서의 공부이기 때문이다. 가령 자신이 아는 것을 주저리주저리 다 늘어놓는 짓은 어리석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조차 하다. 내가 말수를 독점하는 순간, 이미 상대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서양의 격언에, ‘좋은 말(馬/言)은 제때에 멈춘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이런 대화의 요령을 단숨에 잡아채는 명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