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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어눌하게 말하는 사람들
- 유재인
- 조회 : 3042
- 등록일 : 2021-03-17
<단비뉴스>에 올라오는 기사의 원본과 최종본은 얼마나 차이 날까요?
교수님들이 어떻게 기사를 수정하셨는지 배우고 싶으면 이곳 '단비뉴스 편집실'에 자주 들어오세요.
첨삭한 원본과 수정본, 그리고 교수님들의 코멘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준비한 기사는 윤재영 PD의 <어눌하게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사를 통해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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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눌하게 말하는 사람들 | |||||||||
[단비발언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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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 PD로 활동하고 있다. 취재를 위해 만난 교수나 활동가들은 말을 잘했다. 그들의 말은 청산유수와 같았다. 말하면서도 비문을 거의 쓰지 않았다. 적절한 비유를 들어 논증했다. 그들을 만나면 편하게 기사를 쓸 수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가을, 문장을 완성해 말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침출수 처리장에서 일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50대 무기 계약직 노동자였다. 그는 까다로웠다. 한 번도 상대해본 적 없는 유형의 인물이었다. 어스름한 저녁 무렵 <단비뉴스>의 동료들과 함께 그를 만나러 갔다. 그는 작은 시골마을에 살고 있었다.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우리는 마을 삼거리에 있는 편의점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에게 전화가 왔다. “아직 해가 안 저물었어요. 해 저물면 만납시다.” 해가 산을 넘어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밖을 돌아다니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낮에는 집 밖으로 아예 나오지 않았다. 그는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검은 바지에 검은 점퍼를 입고 있었다. 어둠에 묻힐 것만 같았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눈빛이었다. 마을 공원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요청했으나, 그는 거절했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간혹 사람이 지나가면 그는 모자를 더 눌러 쓰고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으로 몸을 옮겼다. 주변의 교회, 음식점 등을 백방으로 뛰어다니다 작은 모텔을 발견했다. 실내에 들어가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 직장 상사 A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그는 말했다. 임금을 받지 못했고 폭행당했으며 욕설을 들었다고 말했다.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 시도를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