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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외박은 평등해야 한다
- 이정화
- 조회 : 621
- 등록일 : 2015-10-23
외박은 평등해야 한다 | ||||||
[단비발언대] 여성노동권을 바라보는 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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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박은 평등하지 않았다. 나의 외박은 ‘신고제’였으나, 누나의 외박은 단 한 번도 승인된 적 없는 ‘허가제’였다. 위험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럼 나는 내 놓은 자식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외박권’을 누리기 위해 반항심을 구겨 넣었다. 잠들기 직전에 이불 위로 고개만 내놓고 나누는 친구와의 대화에는 낭만이 있었다. 어차피 다음 날 다시 올 친구 집, 외박이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누나는 학창시절, 낭만적이고 편리한 외박을 누리지 못했다. 영화 <카트>를 보면서 <외박>을 떠올렸다. 김미례 감독의 독립다큐 <외박>에는 <카트>에 등장하는 홈에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등장한다. <외박>은 <카트>처럼 ‘점거’가 중심이 된 영화가 아니다. <외박>에는 노동자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갈등이 드러난다. 그녀들은 매장을 점거하고 투쟁을 이어나가기 위해 외박을 해야 했다. 외박을 위해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고 남편과 허락을 받아야 했다. 이 땅의 여성들은 어렸을 때는 부모님에게, 결혼해서는 남편에게 ‘외박권’을 통제받아야하는 것이다. 남성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때는 아내들에게 ‘응원자’의 역할이 부여된다. 쌍용자동차 77일의 옥쇄파업을 다룬 다큐 <저 달이 차기 전에>나 <당신과 나의 전쟁>에는 “설거지하기가 힘들어 죽겠다”며 집으로 남편의 손을 끌고 가는 아내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외박하면 이혼할 것”이라 말하는 아내들도 없었다. 외박허가는 홈에버 비정규직 여성들이 실제로 겪었던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