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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한겨레] <벼랑에 선 사람들> 소개
- 관리자
- 조회 : 9165
- 등록일 : 2012-04-12
[이사람] 예비 언론인들의 빈곤현실 ‘바닥 훑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 탐사 르포집 출간
주거·의료 등 5가지 불안 취재
배제된 이들의 버거운 삶 담아
취재 현장서 겪은 에피소드도
예비 언론인들이 우리 사회 가장 가난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불안한 삶의 실태를 생생하게 포착해낸 르포집 <벼랑에 선 사람들>(오월의 봄)을 펴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재학생 40여명은 2009년부터 1년 반에 걸쳐 우리 사회 빈곤층이 맞닥뜨리는 취업·주거·의료·보육·빚 등 ‘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을 주제로 심층취재했다.
학생들은 짧게는 2주일에서 길게는 한달동안 가락시장 파배달꾼, 텔레마케터, 출장 청소부, 특급호텔 하우스맨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상을 살았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감기와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서러움에 눈물을 쏟아가면서 이들은 날마다 일터에서 보고 느끼고 겪은 사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기록했다.
책에는 만화방을 떠돌다 지하도로 가는 사람들, ‘소리 없는 인간’이 되어가는 고시원 거주자들, 1년반 새 네번째 직장을 옮겨야 했던 싱글맘, 수천만원 빚에 쫓겨 다단계 수렁에 빠진 사람 등 사회보장 체계에서 소외된 채 하루하루 버겁게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실태가 날것 그대로 실려 있다. 이들이 현장 취재를 마친 소회도 절절하다.
“주거 빈곤층을 밀착 취재하겠다고 하자 모두들 말렸다. 신문기자 선배까지도 “위험해서 우리도 노숙인들 취재는 피한다”며 몸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해병대에서 키운 ‘악’과 ‘깡’으로 들이대면 못할 일이 뭐냐고 다짐했지만, 들은 얘기가 많다 보니 막상 그들을 만날 때 두려움이 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쪽방과 노숙인 취재에 나섰던 김화영씨가 실제로 눈알 없는 부랑자와 영등포 뒷골목 ‘언니’들에게 혼쭐이 났던 경험이다.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배달꾼으로 위장취업했던 손경호씨는 손아귀 힘이 달려 벌벌 떨며 밥을 먹어야 했고, 텔레마케터로 들어간 이보라씨는 “나랑 사귈래요?”라고 집적거리는 전화에 식겁하기도 한다. 호텔 하우스맨을 체험한 김상윤씨는 일회용 노동자의 힘든 현실에 몸서리를 친다. 싱글맘의 현실을 탐사한 구슬이씨는 “실제 현장에 나가보니 소외계층의 하루하루 일상이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더라”고 털어놨다.
취재보도와 탐사기획보도 실습 과정의 하나이기도 했던 이들의 체험기는 저널리즘스쿨 웹진 ‘단비뉴스’(주간 제정임 교수)에 연재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단비뉴스’는 2008년 국내 최초의 실무교육 중심 언론대학원으로 문을 연 저널리즘스쿨에서 매체 제작을 통해 학생들을 훈련하고 대안언론의 구실도 하기 위해 2010년 6월 창간한 온라인신문이다.
‘근로 빈곤의 현장’과 ‘빈곤층의 주거현실’ 편은 2010년 주간지 <시사인>에서 ‘대학기자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책은 후속으로 취재한 ‘애 키우기 전쟁’, ‘아프면 망한다’ ‘저당잡힌 인생’을 함께 묶었다.
이봉수 대학원장은 “기성 언론에서도 외면하거나 다루기 어려워하는 분야를 수십명의 학생들이 함께 몸으로 뛰어들어 바닥훑기 식으로 취재한 사례도 드물거니와 대안까지 모색한 보고서를 냈다는 점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단비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