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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MBC 경제매거진] "개념" 없는 자동차세 감면

  • 관리자
  • 조회 : 4270
  • 등록일 : 2009-05-06

MBC경제매거진 5월호

‘개념’ 없는 자동차세 감면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복잡한 네거리에 ‘유턴’ 금지 신호가 붙어 있는데, 교통경찰이 무단 회전하는 차들을 멀뚱멀뚱 보고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혹은 경찰이 일부 차량만 선별적으로 유턴을 허용해 준다면? 아마 교통신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도로상황도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내놓은 정책 가운데는 교통표지판을 스스로 무시하는 경찰을 보는 것처럼 황당하고 실망스런 것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노후차량 교체지원안이다. 약 10년 이상 된 중고차를 팔고 새 차를 사는 사람들에게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최고 250만원까지 할인해 주는 이 정책은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정부의 깃발을 부끄럽게 만든다. 기름을 많이 먹고,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뿜어내는 대형차를 사는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기름을 덜 쓰는 경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지원은 기존의 감세 혜택 등을 이유로 아예 뺐다고 한다. 에너지와 환경을 생각한다면 가급적 승용차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야 하는데, 대형차를 중심으로 차량 증가를 촉진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산업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우리도 안 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 지 좀 자세히 들여다봤으면 좋을 뻔 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경우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하기 위해’ 경차, 하이브리드카 등 연비가 좋고 탄소 발생률이 낮은 차량을 구입하는 경우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 성장’의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가 이번 노후차 교체 지원안도 만들었을 텐데, 도대체 ‘녹색’의 개념이 있기나 한 것인가? 아니면 큰 차를 많이 팔아야 수지가 맞는 자동차회사의 로비에 넘어가, 모순인 줄 알면서도 눈 딱 감고 내놓은 것인가?

얼마 전 미국 최대 자동차사이트인 MSN 오토스에서 미국 내 자동차들을 대상으로 연비 실험을 했더니 GM대우와 기아 등이 만든 한국산 차량이 최악의 자동차로, 도요타 혼다 등 일본차들이 최고의 자동차로 꼽혔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은 자동차회사들로 하여금 에너지 효율이 높고 공해 배출이 적은 차량을 만들도록 유도하기도 하고, 이를 외면하게 만들기도 한다. 현재의 노후차 교체 지원 같은 정책은 대표적으로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망치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 구호를 거창하게 내세우면서도 잠실의 제2롯데월드와 상암동의 서울라이트 등 수백 미터 규모의 초대형 빌딩을 전국에 수십 개나 건설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엄청난 에너지 소모와 교통난, 공해를 유발하는 고밀도 건축물을 우후죽순처럼 늘리면서 ‘친환경적 개발’을 말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 뿐이랴. 건설 산업 활성화를 내세워 그린벨트 해제, 수도권 환경규제 완화 등 국토의 심폐기능을 마비시키는 조치들을 급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와 건설 등의 대기업들을 위해 이런 정책들을 밀어 붙일 생각이라면 ‘녹색’이라는 구호를 아예 꺼내지 않는 것이 옳았다. 지켜지지 않는 유턴금지 신호처럼, 정부에 대한 믿음만 무너뜨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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