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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국제신문] 시론/북한 시장을 버릴 것인가

  • 관리자
  • 조회 : 4301
  • 등록일 : 2009-03-05
[시론] 북한 시장을 버릴 것인가 /제정임
개방된 북한은 침체된 한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 될 것 정부는 뭘하고 있나

"어제 뉴스에서 북한이 미사일 쏜다고 들었는데, 저 이제 11살 되거든요. 아직 중딩두 아닌데 이렇게 죽을 순 없어요."

한 인터넷 포털의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이 초등학생처럼 북한 미사일 발사가 곧 전쟁을 뜻하는 것이라고까지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사일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적"과 대치 중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되는 심경은 편치 않다. 미사일 문제로 치러야 하는 비용은 이런 심리적 불안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환율이 더욱 요동치는 것, 해외에서의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진 데는 "한국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있는 나라"라는 지정학적 위험이 새삼 부각된 탓도 있다. 국가 신용도를 한 단계 더 깎아 먹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작용하면서 경제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관광객과 투자자들이 활기차게 오가고, 남북을 잇는 기차가 신나게 달렸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강원도 고성 등 금강산관광의 관문에는 방문객이 끊겨, 폐업의 기로에 놓인 지역 상인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기업인들은 그동안의 투자를 포기하고 완전 철수해야 하는 사태까지 오지 않을까 마음을 졸인다고 한다. 남북한 철길은 끊겼고, 당국자 간의 전화 "핫라인"도 불통이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후 과거 정권에서의 합의를 무시하고 북한을 자극해서 오늘과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가 어떤 구상과 전략이 있어서 "일시적 냉각기"를 갖는 것이라면 기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어떤 구상도 전략도 그리고 의지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남북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평화 통일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우리 안보와 경제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절대 방치할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세계가 믿게 되면, 지정학적 위험 때문에 감수해야 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사라질 것이다. 대형 장기투자를 생각하는 외국자본이 더 쉽게 한국행을 결정할 것이고, 해외에서 돈을 빌리는 우리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낮아질 것이다.

제대로 개방이 된다면 북한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저비용국으로의 "탈출"을 고민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잘 교육되고 근면한 그리고 우리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근로자들을 중국보다 훨씬 싼 인건비로 활용할 수 있다. 남한과는 비교할 수 없는 땅값으로 공장을 지을 수 있고, 광석 등 천연자원도 중국과 유럽이 눈독을 들일 만큼 풍부하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구매력이 점점 커질 약 3000만의 북한 인구는 장기적으로 우리 시장을 5000만에서 8000만 명 규모로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다른 나라와 복잡한 조건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것보다 훨씬 의미있는 일이다. 북한의 경제개발 과정은 또 "청년 실업"에 묶여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도전적으로 자기 사업을 펼칠 기회를 활짝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생각을 발전시켜 보자. 북한 땅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면 삼면의 바다, 북쪽의 휴전선으로 고립된 우리나라가 중국과 러시아, 나아가 유럽과 중동까지 육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유럽 등 구매력이 높은 대륙으로 시장을 더욱 손쉽게 확대하는 길이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서 수출시장은 얼어붙고, 내수도 살릴 길이 없어 진퇴양난에 처한 우리 경제에 북한시장은 결정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남북철길의 성공을 잘 이어간다면 말이다. 지난 10여 년의 남북 협력 성과를 "퍼주기"로 비난만 하다가 막상 정권을 잡으니 "경색"과 "냉각" 외에는 보여줄 게 없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하다.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은 북한시장의 가능성을 꿰뚫어보고 금강산 사업의 물꼬를 열었다. 그에게서 일을 배운 최고경영자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경협의 시계추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무엇보다 "경제를 살려 달라"는 기대를 안고 당선된 대통령이 그 결정적 돌파구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입력: 2009.03.04 21:27 / 수정: 2009.03.0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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