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떨어졌네." 올 들어서만 수십 장의 원서를 썼다는
한 취업준비생이 모 대기업의 서류전형 결과를 확인하고 어깨를 늘어뜨렸다. 이제 올해도 한 달 남짓 남았을 뿐이고, 연말 공채 시즌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 내년 경제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데, 그렇다면 취직은 아예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닐까?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로
국내외 경제가 모두 살얼음을 딛고 있지만, 사회 진출의 문턱에서 등을 떼밀려야 하는 젊은이들의 절망감 역시 부도 업체 사장 못지않다. "신의
직장"이라고 부러움을 사는 공기업들은 올 들어 채용 규모를 3분의 1로 줄였다. 극소수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회사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신규 채용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이런 추세대로 가면 내년에는 기존 인력도 줄여야 할 상황이 될지 모른다.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는
은행권에서는 벌써 정리해고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외국어 점수도 높이고, 인턴경력도 쌓고, 필기시험 공부에 면접 특강까지 받아가며 치열하게
준비해 왔는데, 눈앞에서 취업의 문이 줄줄이 닫히고 있는 것이다. 오죽 답답하면 대학가 주변의 사주, 타로 카페에 취업운을 묻는 젊은이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할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단계 판매업체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 곤경에 빠진 구직자들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11년 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도 이런 고통을 겪은 세대가 있었다. 비상을 꿈꾸며 학교 문을 나서다 경제 한파에 날개가
꺾인 당시의 취업준비생들이다. 이제 이 사회의 중견이 된 그들은 어떻게 그 시간을 돌파했을까. 어려운 여건에서 좌절도 했지만 결국 꿈꾸던
직장에서 기량을 펴게 된 사람들의 경험담을 종합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 믿고 실력과 경험을 쌓으라"는 것이다. 이들 "IMF세대"의 충고를
정리해 보자.
우선, 급변하는 국내외 상황에 대해 "안테나"를 바짝 세워야 한다. 세계경제 동향, 국내 산업의 변화를 파악하고
있어야 어느 쪽에 새로운 인력수요가 생기고 취업 기회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꾸준히 경제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간에 비례해 실력이 쌓이도록 노력한다. "백수" 생활이 경력의 공백이나 낭비가 되지 않으려면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대학원에 가서 공부하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독학을 하든, 자신이 지망하는 분야에서 필요한 자격과 실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취업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똑같은 내용의 입사원서를 수도 없이 내놓고, 텔레비전이나 만화, 게임으로 소일하며 연락을 기다리는
생활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셋째, 네트워크를 만들고 소통의 폭을 넓힌다. 요즘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 온라인,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관심분야가 비슷한 친구를 사귀면서 서로의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관계를 만드는 일이 어렵지 않다. 네트워크가 확장되면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폭도 훨씬 넓어지고, 의외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인 고립을 피하고,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낙관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자세를 낮춰 경험을 쌓는다.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하자. 그러면 할인점의 매장
일부터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지 말자. 오늘날 전설적 기업인이 된 사람들 가운데는 신문배달을 하면서, 공사판에서 일하면서 사소한 노하우를
발견하고 혁신을 거듭한 결과 굴지의 기업을 키워낸 사람들이 많다. 당장은 초라해 보이더라도 자신이 지망하는 분야에서 충실하게 경험을 쌓아
나가면, 경기가 회복되었을 때 잘 나가는 기업들이 탐낼 만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한편, 정부와 기업들의 배려도 필요하다.
경기침체로 민간부문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서 취업문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야 한다. 또 형편이 나쁘지 않은 기업들이라면 미래를 위한 인력투자를 이런 기회에 과감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두가
이를 악물고 엄동설한을 견디면서, 봄에 활짝 꽃 피울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아야겠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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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국제신문] 시론/우울해하는 젊은이들에게
- 관리자
- 조회 : 4213
- 등록일 : 2008-11-25
[시론] 우울해하는 젊은이들에게 /제정임 지난 환난을 잘 견뎌낸 선배들 충고 귀기울이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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