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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PD가 되는 가장 확실한 길!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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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경향신문]“준비된 언론인의 산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 관리자
  • 조회 : 5363
  • 등록일 : 2008-09-11
[세상 그리고 사람]“현장에서 바로 뛸 수 있는 ‘준비된 언론인’ 길러냅니다”
입력: 2008년 09월 11일 09:26:16
ㆍ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 이봉수 교수

1960~70년대의 정상급 인기 가수였던 남진과 나훈아는 각각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와 ‘한국의 톰 존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또 영화배우 김지미는 ‘한국의 엘리자베스(리즈) 테일러’였고, 남궁원은 ‘한국의 그레고리 펙’으로 불렸다. 물론 이는 당사자들이 제멋대로 참칭(僭稱)한 것이 아니라 용모나 창법, 이미지 등이 비슷하다고 해서 언론이 달아준 일종의 대중문화적 훈장이었다. 그러나 좀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엘비스’ ‘톰’ ‘리즈’ ‘그레고리’는 어떤 대상을 기존의 압도적 권위에 기대어 규정함으로써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려는 언론 특유의 호사가적 상업주의가 반영된 명칭이기도 했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이 “우리 졸업생들이 머지 않아 한국 언론계를 떠받치는 인재집단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김영민기자
그런데 한편으로 ‘한국판 아무개’ 식의 명명법을 권위의존형 사대주의나 얄팍한 상업주의 따위로 깎아내릴 일만은 아닐 터이다. 그것은 남진과 김지미에게 엘비스보다 노래를 더 잘 부르고, 리즈보다 더 뛰어난 연기를 펼치라는 축원이나 덕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역량 때문인지, 아니면 국력의 한계 탓인지는 몰라도 한국의 엘비스와 리즈가 미국에 있는 ‘원조’를 능가하지는 못했지만.

미국 미주리 대학에는 저널리즘스쿨이라는 언론인 양성 전문교육기관이 있다. 이곳의 교수진은 언론계 중견 간부 출신으로 저널리즘 분야의 학위가 있는 이들로 구성되는 만큼 고답적인 이론보다는 언론사가 필요로 하는 실무능력을 배양하는 데 교육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교육기관이 탄생했다. 언론사에서 곧바로 실무를 맡을 수 있는 ‘맞춤형 언론인 양성’의 기치 아래 올해 3월 문을 연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바로 그곳이다. 이 대학원은 자연스레 ‘한국의 미주리 저널리즘스쿨’이란 별명을 얻었는데 이 역시 언론이 붙여준 것이다.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으로서 예비언론인 양성에 몰두하고 있는 이봉수 교수를 충북 제천시에 있는 세명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일선기자와 데스크(언론사의 부서장), 논설위원 등으로 17년 동안 신문사에 재직하다가 뒤늦게 유학을 떠나 박사학위를 받은 이봉수가 저널리즘 스쿨에 착안하게 된 것은 자신도 뼈저리게 경험한 한국 언론계의 ‘도제식 기자 양성 시스템’ 때문이다. 그는 “도제교육 체제는 학교에서 이뤄져야 할 교육이 언론사에 넘어간 것으로 우리 언론계가 안고 있는 문제의 근원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즉 ‘선배가 죽으라면 후배는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하는’ 도제교육의 속성상 소속 언론사의 조직 규범이나 제작 방향 등의 특정한 가치 앞에서 공정성과 객관성 등 저널리즘의 보편적 가치가 침해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이봉수는 “도제교육 아래서 선배들의 잘못된 문장이나 판에 박힌 기사 작성 스타일, 심지어 가치관까지 빨리 닮아가는 기자가 ‘유능한 기자’로 대우 받는 게 우리 언론계의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대학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면서도 방관해온 것은 국내 대학의 언론학과들이 언론인이 되고 싶어하는 ‘욕망의 열차’에 편승해왔기 때문이다. 수습기자조차 거치지 않은 비(非)언론인 출신 교수들이 ‘취재보도론’이나 ‘보도문장론’을 가르치는데도 우수한 학생들이 해마다 몰려들다보니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봉수는 “학생들이 막상 언론학과에 입학하고 보니 기자나 PD 시험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기자입문 교실’이나 ‘방송 아카데미’와 같은 사설학원으로 몰려가는 바람에 이중, 삼중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널리즘스쿨 도입의 당위성은 또 있다. 언론의 역사가 오래된 서구에서도 진보적인 매체와 보수적인 매체 사이의 대립과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언론 또는 언론인으로서의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과 기준은 지켜지는 데 반해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봉수는 “저널리즘 스쿨 과정을 통해 언론인으로서 견지해야 할 가치나 기준을 공유하게 된다면 졸업생들이 자신들의 성향에 따라 진보·보수매체로 흩어지더라도 지금과 같은 이전투구식 대결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설립 계획이 알려졌을 때 외부의 반응은 “제천 같은 촌구석에서 과연 그런 게 제대로 되겠느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인 경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서 학위도 소지한 교수진이 속속 꾸려지고, 이른바 명문대 학부를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입학원서를 내자 이러한 우려는 문자 그대로 기우가 됐다. 전임교수진으로는 이봉수 외에 경향신문·국민일보 기자를 거쳐 금융발전심의위원을 지낸 제정임,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을 지낸 남재일, MBC 교양제작국 PD 출신의 박흥영 교수 등이다. 또 장명수 한국일보 고문,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이영돈 KBS PD, 석종훈 다음케뮤니케이션 사장, 손지애 CNN 서울지국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강인선 조선일보 논설위원, 안수찬 한겨레 기자 등 신문·방송·인터넷 매체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역 언론인들이 지난 1학기의 특강을 맡았다. 이봉수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다양한 강사진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2학기에는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 에디터,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 기자,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배명복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이 특강을 마쳤거나 할 예정이다.

그 자신이 오랫동안 신문기자를 지냈고, 지금도 신문에 대해서는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지만 이봉수가 바라보는 한국의 신문은 분명 위기에 빠져 있다. 그것은 지나친 정파성으로 인한 신뢰상실의 위기이다. 이봉수는 “한국 언론의 정파성은 무엇보다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지 않은 채 뒤섞고 있는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서구의 경우 기자들이 오랜 투쟁 끝에 사실과 의견을 분리하고, 의견은 사설이나 컬럼이라는 영역으로 모으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기자들이 앞장서서 사실과 의견을 혼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과 의견의 혼합 현상은 보수언론에서 많이 나타나지만 진보적인 매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재교육 및 경력관리의 소홀함으로 인한 전문성 부족도 우리 언론의 병폐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봉수는 “인사발령 방(榜) 1장에 그때까지의 모든 경력이 날아가는 상황에서는 전문성이 생길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자의 개인적인 노력 등으로 전문성이 길러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익에 배치되는 언론사의 이익이나 내부의 체제순응 등에 동원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평소 언론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그에게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좀 과장한다면 전두환의 선정(善政)이 딱 하나 있다”면서 “재벌의 방송사 소유를 금지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방송의 공공성을 확보한 게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뜻에서 공영방송 민영화 등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언론의 공공성이나 여론의 다양성을 ‘전두환 이전’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봉수는 “미국에서는 언론의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매체가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리가 나온 지 오래됐다”면서 “모든 정책의 표준과 근거를 오로지 미국에만 맞추고 있는데 한번쯤은 유럽 쪽을 살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적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매체형태로서의 독립언론에 대해서도 그는 당연히 관심이 많다. 이봉수에 따르면 독립언론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 독립된 매체를 뜻하지만 그것이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고 한다. 언론환경이나 편집제작에서의 규범 등 내외부적 여건에 못지 않게 독립언론의 가치와 정체성을 지켜내려는 기자 개개인의 각성과 노력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권은 끊임없이 언론을 장악하려 하고 재벌은 언론환경을 좌우하는 한국적 상황이 독립언론에는 가혹한 시련”이라면서 “그러나 독립언론이라는 희망의 등대가 불을 밝히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앞날은 어둡다”고 말했다.

이봉수가 알고 있는 가장 바람직한 독립언론의 모델은 영국의 가디언이다. 원래 소유주였던 스콧 가문은 진보신문이 신문재벌의 수중에 들어가면 논조가 변할 것을 우려해 신문 경영에서 손을 뗀 뒤 모든 재산을 재단에 기부했다고 한다. 현재는 이 재단이 경영을 맡고 있는 독특한 소유 형태의 이 신문은 처음에는 좌파를 대표하는 매체였다가 지금은 영국 전체를 대표하는 진보적 권위지로 발전했다. 가디언이 영국사회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은 정치·국제·환경·인권 등 거대담론에서의 역량 때문만은 아니다. 숫모기가 뇌염을 옮긴다고 보도했다가 암모기의 잘못임이 밝혀지자 즉시 정중하고도 친절하게 정정보도를 내는가 하면, 망자(亡者)의 전생애를 탁월하게 정리하는 부음기사로 ‘관 뚜껑은 가디언이 덮어줘야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1984년 조선일보에 입사한 이봉수는 “특종보다는 낙종을 많이 하는” 기자였다. 모름지기 특종이라면 워터게이트 사건보도처럼 거대한 권력이 애써 감추려고 하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지 공문서를 훔쳐 몇시간 빨리 보도하는 따위는 의미가 없다는 그 나름의 ‘호방한 특종관(觀)’ 때문이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출입기자 시절 새벽 작업을 하던 청소부가 트럭에 계속 끌려가 시체가 닳아버린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연히’ 제1보(報)를 놓쳤다. 그런데 특종을 낚은 경쟁사 기자가 마감시간 10분 전에 슬며시 이 사실을 알려줬으나 그는 ‘호방하게도’ 기사 송고를 하지 않는 바람에 데스크에게 엄청 깨졌다고 한다. 이봉수는 “사건 내용을 알고도 송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선배들의 귀에 들어갔다면 완전 박살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8년 한겨레신문으로 옮긴 이봉수는 경제부기자를 하면서 제대로 된 특종을 하게 됐다. 이문옥 감사관의 제보로 재벌의 비업무용부동산 보유와 관련한 일련의 기사를 썼던 것이다. 당시 은행감독원은 재벌의 비업무용부동산이 1.2%에 불과하다고 발표했으나 사실은 43%나 된다는 것을 감사원이 조사했는데도 이를 숨기고 있었다. 이 감사관은 이어 용인자연농원의 필지 위장소유 등 굵직굵직한 정보도 추가로 알려줬다. 결국 이러한 특종보도들은 재벌의 비업무용부동산 5000만평을 매각하는 5·8 조치, 토지공개념 도입, 신도시 500만호 건설 등의 정책이 힘을 받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경제부장과 논설위원까지 지낸 그가 2000년 신문사를 그만둔 뒤 47세라는 적잖은 나이에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외환위기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를 한국의 언론, 특히 경제저널리즘이 제공했다는 자각과 부채의식 때문이었다. 이봉수는 “나도 죄인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언론의 책임을 꼭 논문으로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토플시험에서 8번이나 떨어지는 등 만학(晩學)의 괴로움을 톡톡히 겪기도 했지만 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의 제임스 커런 교수 밑에서 6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 제목은 ‘미디어와 경제위기’였다.

자칭 ‘삼청교육대장’인 이봉수를 비롯한 교수·강사진들로부터 언론인이 되기 위한 집중적인 훈련을 받고 있는 학생들은 모두 25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장학금 혜택과 함께 기숙사에서 숙식을 무료로 제공받고 있다. 이봉수 역시 사무실 한편의 야전침대에서 자면서 ‘25명의 전사(戰士)’들을 독려하고 있다. 나는 저널리즘의 실무와 이론뿐만 아니라 언론인에게 요구되는 도덕률과 양심, 폭넓은 인문사회과학적 소양까지 갖추게 될 그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언론계의 동량(棟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넸고, 그들 중 몇몇은 “이미 경향신문 입사 시험을 봤다”고 말했다.


▶이봉수교수는

△ 1954년 경북 안동 출생

△ 서울대 국어교육과·환경대학원 졸업

△ 조선일보기자, 한겨레신문 경제부장·논설위원 역임

△ 영국 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박사학위 취득

△ 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손동우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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