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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이슬비 조선일보 기자 합격
- 관리자
- 조회 : 27276
- 등록일 : 2013-10-19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농업농촌보도실습]을 위해 괴산 한살림 솔뫼농장으로 가는 길. 들판은 온통 가을걷이를 기다리는 황금빛 농작물로 그득했습니다. 참새들이 몰려다니며 생기를 더하던 옛 풍경에는 못 미치지만, 모처럼 스터디룸에서 벗어난 여학생들의 재잘거림이 참새를 대신하더군요. 신은 농촌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데..., 왜 모두들 이 아름다운 농촌을 버려두고 도시로만 몰려드는 건지..., 쇠락해가는 빈집엔 햇볕 따사로운 툇마루가 마냥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늙은 나무에 매달린 빨간 감들도 목을 빼고 있었고요.
솔뫼농장에 막 도착해 농부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희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저, 조선일보 합격했어요." 전화로 합격통보를 받은 슬비의 고함 소리에 농부들까지 박수를 치고... 일도 하기 전에 버섯전골로 점심을 먹으며 소주 세 병을 비웠지요. 안 그래도 사뿐거리며 걷는 슬비의 걸음걸이는 더욱 달막거리고... 밭에 널린 "늙은 호박" 1천여 개를 트럭에 싣는 일을 하는데 큰 호박들이 가볍게 느껴지더군요. 가을은 역시 열심히 일한 농부들이 결실을 거둬들이는 계절인가 봅니다. 홍우람에 이어 합격소식이 속속 들어오네요. 제천에 돌아와 우람이 가세한 대학반점 파티도 즐거웠습니다.
실은 이날 스케치여행을 떠나기 전에 좋은 예감이 있었습니다. 슬비가 내 방에 들어와 전날 조선일보 임원면접 얘기를 하는데 합격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전날 모의면접에서 내가 물었던 질문들로 거의 면접이 이뤄졌을 뿐 아니라 사장 등이 우리 스쿨과 나에 대해 물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나는 논조가 맞지 않아 조선일보를 떠났지만 비서실에 파견근무한 적이 있어 인간적으로는 관계가 좋습니다). <조선>은 간부 8명이 면접을 하면서 뽑고 싶은 사람에게 동그라미 표시를 해 그것이 많은 순서대로 선발하는데 사장이 관심을 보이면 의견이 모아지기 마련이지요.
물론 행운이 아니라 <단비뉴스>와 기성 언론에 많은 기사와 칼럼을 기고하는 등 그동안 해온 슬비의 노력이 이번에 보상을 받았다고 해야겠지요. 슬비는 가져간 기사 아이디어를 묵히는 일이 없었고 과제 말고도 칼럼을 보내와 첨삭을 요청하곤 했습니다. 인턴을 하면서도 벽에 부닥치면 숨넘어갈 빈도로 전화를 걸어 내 수면을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적극성을 조선일보가 좋게 본 것 같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선생님들을 괴롭히세요.
괴산의 산협을 구불구불 돌아 나오는 길. 보름달이 슬비의 앞길을 환히 비추는 듯했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집니다. "월인천강"(月印千江)이라 했듯이 달은 1천개 강을 고루 비춥니다. 지금은 어둡더라도 인내하면 반드시 자신의 보름달이 떠오를 겁니다. 강물처럼 목표를 향해 꾸준히 흘러가는 일만 남았네요. (봉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