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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나는 왜 오리고기를 포기하였는가(본격 자랑질)
- 임종헌
- 조회 : 2637
- 등록일 : 2012-02-01
때는 뱃 속이 슬슬 요동치기 시작한 12시 무렵. 식사당번 혜룡 편집부장은 밥을 얹히고, 리민 편집인은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던 시점. 잠깐 트윗질을 하던 중 멘션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N리그 출신 김인성 러시아 진출"
N리그가 뭐여...내셔널리그? N리그에서 내셔널리그로 바뀐게 언젠데 아직도 N리그야...근데 러시아? 2부 리그인가? 순간 호기심이 생겨서 잠깐 검색을 해보니 두둥! 무려 CSKA모스크바! 이 곳이 어딘고 하니 요새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에서 날리고 있는 팀, 무엇보다 일본 선수 "혼다 케이스케"가 뛰는 팀입니다. 현재 리그에서 2위를 달리고 있고, 챔피언스리그 16강에도 진출해서 레알마드리드와 일전을 앞두고 있죠.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뉴스를 뒤져봤더니 이미 인터넷 스포츠신문이 기사를 낸 상황이었습니다. 아마 에이전시에서 낸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썼겠죠? 그런데 내셔널리그 홈페이지에는 아직 기사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기사고료와 알바비로 근근히 연명하던 제게 겨울은 몸만 시린 게 아니라 지갑도 시린 계절입니다. 제천에는 알바자리가 없고, 시즌은 끝났으니 수입이 전무하죠. 여기에 정초마다 강림하는 지름신을 뫼시기 위해 지른 물품이 한두개가 아니라서 슬기가 쓸고 간 밥통마냥 통장이 텅 비었습니다.
그래! 간만에 기사 하나 쓰고 용돈 좀 벌자!(아직 기자단 활동이 끝나지 않아서 고료를 받습니다) 마음을 먹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내셔널리그 경기 복기하며 플레이스타일 파악하고, CSKA 일정하고 주전 선수 확인하고...그러던 중
"오빠 봉샘이 밥사주신다고 내려오래요."
밥?? 밥??? 밥???!!!!
반사적으로 신발 신고 패딩 입고 목도리를 둘둘 휘감고 1층을 지나갔습니다. 이대로 봉카에 탔다면 파블로프의 개 인간버전이었겠지만, 전 세저리의 떠오르는 유망주 답게 정신을 차렸습니다.
밥 먹고 오는 도중에 할 일 없는 백수 김ㅇㅇ, 서XX, 김△△(다 친한 사람들임)이 먼저 기사 쓰면?? 동일한 아이템을 반복해서 쓰면 안되기에 고료는 날라가는 겁니다!
밥이냐 고료냐 당신의 선택은?!
그래! 결심했어!! 빠밤 빰 빠밤 빰 빠밤 빰 빰빠바밤~~(BGM:TV 인생극장)
아쉽지만 밥을 포기하고 고료를 택했습니다. 봉샘 죄송합니다...봉샘 밥도 좋은데...전 백성을 어여삐 여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맹그신 세종대왕님(과 초록색 종이)이 지금 더 좋아요...사실 사임당 할머니가 더 좋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메뉴가 무려 오리고기ㅠㅠ 나 오리 잘 먹는데ㅠㅠㅠㅠ
게다가 봉카 탑승인원들 모두 자기들 배 동동 두드리며 들어올 뿐, 손에 비닐봉지 하나 들려있지 않네요. 아름다웠던 우리 옛 문화가 다 사라졌습니다. 이거 다 어디 갔어? 다 어디 갔어 엉?? 다 어디 갔어~~
다행히 노력은 보상받았습니다. 욕심부리는 와중에 먼저 기사 작성한 분(안친함)이 있었지만 "내가 더 잘썼어!"라고 자위하며 올린 결과, 네이버 스포츠 축구페이지 메인기사 등극!! 저녁에 FC서울의 이승렬이 일본으로 이적하면서 뒤로 밀리긴 했지만 꽤 오랜시간 탑 자리를 놓치지 않았답니다.
축구페이지에 기사링크 된 적은 몇 번 있었는데 메인에 실린건 처음이라서 완전 신났네요. 다른 기자들이 자랑할 때는 "그까이꺼 그냥 대충 타이밍 좋게 쓰면 되는거지" 쿨하게 넘어갔는데, 막상 제 기사가 올라오니까 덩실 덩실~♬ 기사에 악플 안달렸나 계속 확인해보고(다행히 안달림ㅋㅋㅋ) 페북에 자랑하고 헤헤
여하튼 눈이 뽀얗게 덮힌 제천의 하루는 또 이렇게 지나갑니다. 내일은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 지 참 기대가 되는군요. 우리 모두 보람찬 내일을 꿈꾸며 힘냅시다. 으하하
+)시간 좀 남으신 분들은 링크 걸린 기사 한 번씩 클릭해주세요 헤헤. 안타깝지만 리플 달 공간이 없으니 악플은 절 보면서 육성으로 전달해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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