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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뉴스] 이 비는 언제 그치려나
- 김희진
- 조회 : 2749
- 등록일 : 2011-07-13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게으름에 지쳐 한동안 세저리기자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있었답니다.
벌써 7월의 중순을 향해 달립니다.
모두들,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빗방울이 톡톡 창문을 두드리며 잠을 깨우는 이 밤, 서울에서 세저리 소식을 전합니다.
#1. 장하준 교수를 만나다
며칠 전 4기 막내 강민이가 제게 카톡으로 말을 걸어 왔습니다.
"언니 저랑 토크쇼 가지 않을래요?"
"응? 토크쇼? 무슨 토크쇼?"
"복지국가 만들기 정책 토크쇼요!"
순간, "참 별놈의 토크쇼가 다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출연자 명단을 보고 솔깃해졌습니다.
출연자는 바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그리고 사회를 맡은 이종태 시사IN기자였습니다!
악령높은(?) 제쌤의 경제사회토론에서 자주 등장하던 인물들이었습니다. 특히 신자유주의 발제를 위해 엄지와 일주인간 붙들고 있었던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 장하준 교수의 논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또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대체 어떤 조직인가 하는 평소의 의문을 떨칠 수 있는 찬스였습니다. 그리하여 저희는 기쁜 마음으로 토크쇼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만! 3기 지영 군은 하라는 일은 하지 않고 강민에게 전화를 걸어 "너희 참 가지가지한다"며 면박을 줬다고 합니다.
마침내 지난 12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청에서 "그들이 말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복지국가 만들기 정책 토크쇼가 열렸습니다. 약 2주 만에 만난 강민이는 인턴 일로 지쳤는지 좀 피곤해 보였지만 예쁜 모습은 그대로였습니다. 저희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자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으나 무대가 높이 있는 탓에 곧 목이 뻣뻣해져 왔습니다. 토크쇼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내용상으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건 아니었지만 제쌤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역동적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금융과 재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보다 확실해졌습니다. 2시간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토크쇼가 끝날 무렵 사회교양특강 강사로 오셨던 홍기빈 소장의 얼굴도 보였습니다.
마포구청을 나서며 저는 강민이에게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네 가지가 뭐였지?" 하고 물었습니다. 한 달이 지났지만 강민이는 마치 기계처럼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혁신적 경제, 공정한 경제" 줄줄 읊어댔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역시 독하게 공부해야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2. 문화관 날라리 결성
제천에서의 특강이 벌써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매주 월요일 문화관은 제천 상주자들을 비롯해 서울,대전,대구,인천,경기도 등 각지에서 모인 세저리인의 열의로 뜨겁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문화관에는 새로운 회사 하나가 설립됐습니다. 일명 (주)문화관 날라리. 회장 자리를 꿰찬 4기 진희정 양을 중심으로 이지현, 정혜정, 구슬이, 이준석 이 다섯 명의 멤버로 구성된 점심식사 준비조입니다. 그들의 활약 덕분에 지난 월요일 점심에는 양념불고기와 삼겹살 파티가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보라언니의 "훌륭한 실수" 덕에 밥도 모자라지 않았고 수진, 보영 등이 가져온 반찬 덕에 식사는 보다 풍성해졌습니다. 저를 비롯해 칼럼을 늦게 제출한 죄인들이 준비한 각종 디저트로 모두들 배를 두드리며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도중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제쌤이 알고 보니 "예능 프로그램의 마니아"라는 새로운 사실과 4기 반장 원석오빠의 "슬픈 조상의 비밀"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그 비밀은 밝히지 않고 그 자리에 묻어두도록 하겠습니다)
문화관에서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데에는 문화관 날라리들의 공이 큽니다. 다음주 점심 준비로 벌써부터 고민을 하고 있을 날리리 일동에게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나머지 세저리인들이 열심히 도와야겠습니다. 또 철저한 준비체계와 자금을 지원해주시는 제쌤께도 더할 나위 없이 감사드립니다. 이미 세저리영양대상을 거머 쥔 권쌤의 맛난 저녁과 토크는 말할 것도 없구요!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으로 보답하는 것밖에는 없겠지요?
#3. 폭풍우로 문화관 401호 벽에 금 가
연일 뉴스에서 침수로 인한 피해 사건이 끊이질 않습니다. 문화관에도 비슷한 피해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5시 50분 경, 강한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몰아 닥쳐 문화관 401호 벽이 쫙 하며 갈라졌다는 소식입니다. 당시 안에 있던 김승태 군이 재빠르게 뛰어나와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상황에는 없었으나 그 시각 서울행 버스를 타기 위해 세명학사로 가고 있었습니다. 5시 45분 경, 문화관을 나설 때부터 심상치 않아 보이던 빗줄기는 제가 계단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엄청난 속도로 거세졌습니다. 주차장을 다 지날 무렵 강한 바람이 몰려와 우산이 몇 차례 뒤집혔지만 저는 온몸으로 우산을 사수했습니다. 결국 단 10분 만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어버렸습니다. 가까스로 버스에 올라 손수건으로 젖은 머리 등을 닦고 있는데 곧 비가 그치고 창밖 풍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참으로 얄궃은 날씨입니다.
영국에서 그리움 가득한 편지를 보내오신 봉쌤께서 어쩌면 가장 현명한 여름나기를 하고 계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쓰는 동안 어느 덧 빗줄기가 약해졌습니다. 짧게 소식 전하려 했는데 쓰다보니 또 글이 길어졌군요.
언제 쏟아질 지 모르는 장맛비처럼 요즘 여기저기서 공채 소식이 들립니다. 단비같은 소식이지만 자기소개서 쓰랴, 논작문 연습하랴, 신문 보랴, 알바 하랴 바쁜 와중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몇 차례 실패의 쓴맛으로 무기력감이 찾아오기도 하겠지요. 그래도 언젠가 비는 그치고 맑은 날이 찾아오는 법. 남은 여름도 치열하게 또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또 소식 전할게요.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