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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 뉴스] 재잘재잘 인터뷰(2)
- 이준석
- 조회 : 3050
- 등록일 : 2011-04-03
이모군의 1화 인터뷰 반응을 보고 기자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인터뷰에 "인"자도 모르는 녀석이 인터뷰를 한다고 한 사람을 사지로 몰아버린건 아닌지..
두 번째 인터뷰에 앞서 이모군에게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그러나 저는 결백합니다. 자음 한 자 고치지 않고
그대로 썼습니다.
기자는 힘든 발제를 잘했던 못했던 무사히 마치고 갑작스럽게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남쪽 그곳엔 아기 피부마냥 희고 어여픈 목련이, 새색시 붉은 볼만큼이나 아름다운 벗꽃이 만개해 있었습니다.
삼짇날(음력 3월 3일),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올 날이 머지않은 느낌의 따뜻한 봄날이었습니다.
4월 1일 늦은 11시 부산에 도착한 기자는 부산시청 옆 경찰청으로 갔습니다. 그곳이 저희 집 바로 앞이라 반가웠지만,
그보다 더 반가운 분을 뵐 수 있다는 기대로 들떠 있었습니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 도착했음을 알리고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멀쑥한 검은 슈트에 화사한 연두색빛 넥타이. 반갑게 건내는 인사를 통해 들려오는 굵고 안정적인 목소리.
그간 들었던 이미지와는 달라 놀랐습니다.
그와 함께 새벽3시까지 술과 함께 진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물론 인터뷰도 진행했구요. 지금부터 그 주인공과의
만남을 소개합니다. 재잘재잘 인터뷰 제2화 이기도 합니다.
#1
▶ 반갑습니다. 정말 만나보고 싶었는데, 인연의 끈이 빨리 닿았네요. 걸죽하게 술을 한잔 했으니 인터뷰에 응해주시죠?
제가 세저리 뉴스 기자인건 알고 계시죠?
▷ (가벼운 미소) 무서운데.. 재미있게 써줘~
#2
▶ 세저리를 떠난지 한달쯤 됐는데요, 지금 가장 보고 싶은 선생님은 누구에요?
▷ (진땀^^;;, 곤란,,,) 그럼 이렇게 하자! 최쌤이 제일 보고 싶다고! 봉쌤 권쌤 제쌤 모두 보고싶지만, 최쌤은 그동안 잊고 살았
었거든. 언론사에 합격하고 나서도 선생님께 먼저 연락드리지도 못했는데, 여기 게시판보고 직접 연락이 와서는 축하한다는
인사를 해주셨어. 그래서 이자리를 통해서 최쌤께 죄송하고 보고싶다고 전하고 싶네.(하하하하하하)
#3
▶ 여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선배님이 "가장" 걱정스런 학생이었다고...그런데 2년 꽉 채우고 "기자"가 되서 너무 기쁘다고
하셨어요. 정말 "꼴통"은 아니셨죠?
▷ 하하하, 나 꼴통 맞아.. 대신 나는 내 자신이 항상 당당하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어. 그런데 이렇게 살다간 정말 큰일 나겠다
는 생각과 함께 정신이 번쩍 든 적이 있어.
겨울에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있을 때 였는데..그때 마침 눈에 다래끼가 나서 안과에가서 수술을 했어. 수술을 마치고
나서 한쪽눈에 안대를 하고 한쪽 다리에는 깁스를 한 상태로 혼자 있었지.. 그때 마침 눈도 많이 와서 바닦은 꽁꽁 얼어
제대로 걸을 수 없을 만큼 미끄러웠거든..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어.
순간 무서웠어. 한쪽 눈은 수술로 보이지 않았고, 한쪽 다린 불구였고.. 미끄러져서 넘어지고 다치고.. 옆엔 아무도 없고..
택시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가려는데 택시 5대가 그냥 지나가버리는거야, 그렇게 불렀는데도 안 새워주더라.
갑자기 눈물이 마구 쏟아졌어..수술 한 눈에서는 눈물이랑 피가 범벅이돼서 하얀 눈위에 떨어지는데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그렇게 택시를 타고 문화관으로 와서, 쓸쓸히 혼자남은 4층에서 쇼파를 붙여 쪽잠을 잤어. 그런 날들이 계속됐었구..
부모님껜 다쳤다는 말도 못하고 외롭고 힘들더라고..
그때 "진자 한 번 열심히 해보자"라고 마음을 먹고 책상을 복도쪽을 향하게 붙이고 책상 앞 벽면에 "배수진"이라고 써 놓고선
공부하자고 결심했었어.....
"기자가 된 지금 난 수습이고 아직 부족해..."
▶ 아...(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한 기자)
▷ 에이! 나 너무 진지해진다! 하하하하하.
#4
▶ 그럼 분위기를 바꾸겠습니다! 하하.
선배님, "세저리의 전설"입니다.크크크. 저희가 입학하고 나서 선생님들께서 선배님 말씀을 엄청 많이 하셨어요.
아마, 후배들은 선배님을 엄청 궁금해 할겁니다. 전설? 음.. 전설이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상당부분 과장된 측면이 많아. 나는 평범하고 소탕한 사람이야.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지는 않아. 그래서 좀 부담스럽네.
▶ 그래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을텐데요.
▷ 내가 나서서 무엇인가 할 때 모든 사람들이 다 밀어주고 호응해줬어. 그래서 열심히 할 수 있었던거였어. 세저리는 정말
가족적인 분위기야. 나의 내면을 모두 좋아해주기 때문에 가식적으로 하지 않아도 됐었거든.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
던게 아닌가 싶어.
#5
▶ 세저리의 이벤트 담당자 였다고 들었어요. 세저리의 무대가 그립지 않나요? 하하하하하.
▷ 그리워. 여기서는 내가 쫄병이라 설치지를 못하잖아. 선배들에게 예의바르게 해야하고 겸손해야 하니깐.
세저리에선 욕구와 본능, 모든 걸 충족할 수 있는 무한한 자리였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들도 부담없는 사람들이었고
가족같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즐거웠었어! 그리고 내가 무대위에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세저리가 하나가 되고
똘똘 뭉칠 수 있는 데 일조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람됐고, 지금은 그 무대가 그리운거고.
슬기가 잘하고 있을거야.하하하하.
#6
어느덧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만든 폭탄주가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고, 안주는 바닦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선배는 기자에게 (그리고 기자와 함께 한 4기 승태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줬고, 다음 후배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에게
꼭 해주고 싶은 두 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기자는 이 자리에서 먼저 들었구요.
나중에 직접 들으셔야 감동을 몇배로 느낄 수 있을테니, 여기서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7
▶ 꿈에 대해 의심한 적이 없었어요?
▷ 아버지가 공무원이셔..그래서 아버지께선 공무원 준비해서 안정적으로 살아라 충고도 많이 하셨지.. 그런데 당장은 더 큰
세상에 나가고 싶었고 그 지름길이 언론인이라 생각해서 정말 단 한번도 "의.심.해.본.적.이.없.어.정.말.하.고.싶.었.어."
#8
▶ 국제신문 수습기자 김화영. 앞으로 포부는요?
▷ 좋은 언론이이 되고 싶어. 그리고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어. "단비뉴스" 열심히 잘하라고. 언론인이 되니깐 되는게 문제가
아니더라..되고나서가 더 중요해. 단비뉴스가 충분히 그 고민에 답을 줄거야..
▶ 아하..감사합니다. 오늘 뜻밖에 좋은 분을 만나서 좋은 말 많이 들었어요. 크크크
재미있게 쓰고 싶지만, 재미있게 안쓰고 그대로 전달할게요~하하하
후배를 만나서 정말 반갑다고 말했던 그.
자신은 만만한 사람이니 편하게 술마시라고 한 그.
항상 웃고 즐거워 보여 아픔이란 모를 줄 알았던 그였지만, 지금 기자가 있는 공간에서 나름의 외로움을 느꼈던 그.
가슴 찡한 이야기,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지던 이야기. 모두 기자에게 좋은 말이었습니다.
모두가 함께 한 자리에서 기자가 느낌 이 감동을 전해주실 수 있으시죠? 그럼. 그날을 기다리며 "꿈"을 의심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