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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뉴스* 1/16-17
- 유정화
- 조회 : 4306
- 등록일 : 2010-01-18
한국에는15년 만의 한파가 찾아왔다는데 다들 잘 지내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뉴욕은 제가 오기 전에 몇 년만의 폭설이 내렸다는데 제가 오고 난 후에는 거짓말처럼 눈이 그쳤답니다.
모두들 안녕, 안녕하세요!
저는 방학이 시작된 22일에 뉴욕으로 와서, 한 달 여정으로 동생집에 같이 살고 있어요^-^
나름 열심이었던 2009년이었는데, 이룬 것없이 연말이 다가오자 재충전을 위한 여행을 계획한 것이죠!
함께 동고동락했던 세저리 식구들 중에도 그 막막함이 온몸으로 전해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실명을 거론하진 않을게요 ㅎ)
혼자만 쏙 빠져나와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꼬박꼬박 올라오는 세저리 뉴스를 보면 다들 이 시기를 잘 견뎌내고 있는 것 같아, 저도 덩달아 힘을 받습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기네요.
제천에 있을 때는 유정아 선생님 수업 혹은 사회교양 특강 두 번만 들으면 가는 시간이었는데,
이 곳에 있으니 처음에는 갑자기 주어진 시간에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막막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여유를 갖고 그 동안의 저를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여튼 돌아가면 한결 나아진 모습으로 스물아홉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먼산..-나도 이거 해보고 싶었어요ㅋ)
세저리 여러분도 방학 한달이 지나가는 즈음, 히터가 나오는 문화관에서 김나는 홍차 한잔 하는 여유를 부려보시길!
"세저리 뉴스"에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어제 맨하탄 내에 있는 언론사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수박 겉 핧기", "코끼리 뒷다리 만지기" 식의 훑어보기지만,
제가 스쳐지나갔던 맨하탄 내 언론사 건물들의 사진들을 찍은 겁니다!
(더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찾은 건 이만큼입니다. CNN의 본사는 조지아주에 있고 뉴욕에는 지사만 있어요)
잠깐 등록한 인터내셔널 센터 영어 선생님 말에 따르면,
educated people이 모이는 뉴욕은 manufacture사업에 기반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Information에 기반을 둔 intellectual 한 산업들이 중심이 되고, 이는 다시 educated people이 모여들게 하는 동인이 된다,
그 중에서도 뉴욕은 media 산업의 중심이며 모든 news는 washington이 아니라 이곳에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30년 동안 언론계에 종사했다는 뉴요커의 자부심이겠죠.
암튼 여의도 보다 조금 크다는 맨해튼의 미드타운에는 몇블럭 간격으로 각 방송사 본사들이 위치해있습니다.
그 중 NBC는 도쿄의 Asahi티비, NHK처럼 1층에 기념품을 파는 방문자 센터를 마련해두었습니다.
방문자 센터 외벽에는 최창영 선생님의 영어매체 모니터링 시간마다 우리를 괴롭혔던
NBC뉴스 브라이언 윌리엄스의 소싯적 사진이 걸려있더군요, 괜히 반가웠습니다.
TV를 켜두고 집에 있다가 브라이언 목소리를 듣고 한국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했다면 과장이겠죠?ㅎ
폭스뉴스건물과 NBC건물은 완전 이웃해있습니다.
한 달이나 미국에 간다고 하자 제정임 선생님께서는
"이 시기에 한 달이나 다녀오려면 ‘모든 뉴스를 영어로 다룰 줄 알 정도로 공부해야겠다’는 각오가 아니면 안돼"라며
우려를 표하셨는데요.
선생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이틀에 한 번 정도는 뉴욕타임즈를 사보려고 노력했으나.
역시, 한 달만에 모든 뉴스를 영어로 다루는 건 무리였어요ㅎ
대신 뉴욕 타임즈와 한국 신문의 차이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아시겠지만 뉴욕타임즈는 ‘뉴욕’에 기반을 둔 지역신문이지만 국제 뉴스가 중심이라,
뉴욕타임즈의 1면은 거의 국제뉴스가 차지합니다. 아이티 지진으로 난리인 지금은 말할 것도 없구요.
심지어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안이 통과된 날에도 1면 사진으로 중국 반체제 인사 리우 시아오보의 체포 장면을 실었고,
보험개혁안에 대한 사설은 구석에 조그맣게 실린 정도였습니다.
뉴욕타임즈는 <International/National/Newyork/Editorials&letters>섹션의 차례로 뉴스의 본면이 구성되어 있고,
Art, Style, Sports, Real estate, Home 등 부가 섹션이 요일별로 추가됩니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신문 1면을 국내 정치/사회 뉴스가 차지하고
(국내)정치/사회/경제/국제의 순서로 배열되는 것과는 대조됩니다.
아이티 지진이 나자마자 구석 동네 슈퍼에서까지 모금운동을 벌이는 미국의 문화는,
이 지역 신문들이 제공하는 국제적인 시야에 빚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비약해보았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신문이 조각조각 나뉘어 있다는 것인데요.
1면에는 큰 사진 기사와 뉴스분석(news analysis)기사를 포함한 대략 6개의 기사가 게재되는데
모든 기사는 기사의 처음 일부분만 게재되어 있습니다.
끝에는 몇 페이지에서 이 기사가 이어지는지 나와있구요.
그러니까 신문의 1면만 봐도 뉴욕타임즈가 어떤 뉴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기사를 끝까지 보려면 신문을 이리저리 폈다 접었다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요.
여기서 제가 신기했던 점은 제가 보기에 신기하지 않은 뉴스를 1면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어제도 1면에 로스앤젤레스에서 갱들이 활동했고 하고 있는 지역에 버스 투어가 생긴다는 기사와
화이트닝 크림이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기사가 실려서,
저는 이게 정말 중요한 기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이 ‘건강’에 관한 이슈에 민감하다고 하더라도,
흥미를 끌 수 있는 기사 한 꼭지 정도는 1면에 배치하는데 이것이 가독성을 높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세 번째 특징은 일요일에도 신문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평일에는 2불인 뉴욕타임즈가 일요일에는 오히려 5불로 더 비싸고 더 두껍습니다.
일요일에 신문을 쉬는 한국 국민으로서는 좀 의아했는데요,
일요일 뉴욕타임즈는 거의 잡지처럼 공연 소식이나 부동산 등 각종 정보들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저는 한겨레와 한겨레 21이 모두 신문형태로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해했습니다.
지적이고 교육받은 사람들이 주로 보는 신문, 뉴스를 심층적으로 다루는데 초점을 두는 신문인 뉴욕타임즈이니만큼
이러한 신문의 발행형태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종이매체가 죽어가는 시대, 심층성이냐 대중적 접근성이냐.
현실적으로 배치될 수밖에 없는 문제 앞에서 뉴욕타임즈의 발행형태가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외에도 얘기하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스크롤의 압박으로 이 정도로 생각을 던져둘게요ㅎ
이봉수 선생님의 가디언 사랑과 B급 미남군의 르몽드 사랑에 힘입어 저도 뉴욕타임즈를 꼼꼼히 보게 되었네요.
역시 신문은 인터넷보다는 종이신문으로 봐야, 하는 생각입니다^-^
세저리 뉴스에 담기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만, 다음을 위해 아껴둘게요.
두번째 사진으로 햄톨이 안부를 궁금해했던 브루클린 브리지를 보냅니다.
모두들 돌아가서 만나요, 그리고 2010년에는 꼭 좋은 소식들 하나씩 안아들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