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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뉴스]예비군 훈련
- 김동환
- 조회 : 4482
- 등록일 : 2009-10-09
# 1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오늘은 09년도 세명대학교 직장 예비군 마지막 훈련이 있는 날입니다. 세저리의 남학생들은 모두 1학기에 올해의 예비군 훈련을 받았는데 2학기에 입학한 김군은 미루고 미루고 한번 더 미뤘던 예비군 훈련을 오늘 꼭 받아야만 합니다.
군복을 입고 거울을 보는 김군. 그나마 팽팽했던 예비군 1년차의 육체는 어디가고, 이제는 피부에 병색이 완연해 보입니다.
기숙사 식당에서 홀로 아침을 먹습니다. 사람들이 쳐다봅니다. 그들의 시선이야 별 게 아니지만 세저리의 "움직이는 경제사전" 애라스무스 양의 "경제 저널리즘"발표를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김군이 가야할 곳은 어디일까요. 제천의 예비군 훈련은 "3대대"라는 곳에서 진행됩니다. "세명"대학교, "3"대대. 숫자 3과 제천시와는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김군은 학교 예비군 연대에서 나눠준 안내문을 꺼내봅니다.
글자크기 16포인트로 "3대대로 오시면 됩니다"라고 적혀있는 게 다군요. 밑에는 마치 "나의 왼발"로 그린 듯한 약도. 김군이 약도를 열심히 보았지만 어딘지 알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택시를 탑니다. 학교 앞 기숙사에서 택시를 불러 타고 가면 부대 앞까지 7000~8000원 정도 요금이 나오는군요. "내가 오늘 하루종일 굴러봐야 2000원이나 받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벌써부터 짜증이 솟구칩니다.
우리나라에는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진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군복을 입으면 배가 고프다"는 겁니다. 여학우들, 제쌤, 거짓말 같다고요? 일단 반나절만 입어보세요. 김군이 옷도 빌려드리고 프로필 촬영도 해드립니다.
아무튼 배가 고프다는 겁니다. 아침 아홉시부터.
배가 고픈데 사격장에서 총을 쏘니까 더 짜증이 솟구칩니다. 아 시끄러워. 보통 예비군 훈련에 따라붙는 이런 필수적인 스트레스는 함께 간 친구들과 담화를 하며 풀어야 하는데 저는 혼자갔으니 이거야말로 피박입니다. 방향을 알수없는 복수심이 불타오릅니다. "오냐. 밥만 맛없는거 줘봐라. 이글이글이글"
김군은 작년에 취미삼아 예비군 관련기사를 오마이뉴스에 몇 개 썼습니다. 대부분 예비군 훈련의 허무함과 시간낭비, 효율성 제로, 극악의 점심식단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지요. 원체 소재가 예비군 훈련을 받아본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인데다가 점심에 받은 식판 사진 한 장만 "4000원짜리 점심식사"라는 캡션과 함께 곁들여주면 군인에 관심없던 여성분들도 바로 "와..진짜 불쌍하다"는 류의 인도주의적 댓글을 달아줍니다.
점심시간은 1시부터 입니다. 자. 결전의 시간이 왔습니다. 핸드폰 사진기를 점검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오전 내내 어두웠던 예비군들의 표정이 도시락을 받으면서 밝아집니다. 네네네. 저것 또한 군복의 효능 중 하나지요. 사람이 단순해집니다. 요즘 여자분들은 "짐승"하면 인기그룹 2PM을 떠올리지만 군필자들은 조금 다른 대상을 연상할 수밖에 없는 체험적인 근거가 있다고나 할까요.
도대체 도시락에 뭐가 들었길래. 하고 열어보았습니다.
돈까스 2개, 김치, 오이무침, 감자조림, 잡채 그리고 육개장...
아아. 김군역시 짐승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따위는 잡곡밥에서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증발해버렸습니다.
맛있는 거 먹을 때는 부모님 생각이 난다고 했던가요. 하지만 김군이 도시락의 구성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유라누나와 세저리 여학우들 이었습니다. 그들은 지금쯤 그들은 예비군 점심보다 맛없는 밥을 기숙사 식당에서 먹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아 아롱디리.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요.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일까요. 먹기 위해서 사는 것일까요.
김군은 기자를 왜 하려는 것일까요. 살기 위해서? 아니면 먹기 위해서?
쓰잘때기 없는 생각을 하다보니 예비군 훈련이 어느덧 끝나버렸습니다. 김군의 예비군 훈련 스토리는 여기서 끝입니다.
내년에는 더 알찬 구성을 기대해 주세요.
#2
최쌤과 아이들이 밤버스를 타고 100분토론 녹화장으로 출격했습니다. 세저리 주민들 중 누군가는 인상적인 데뷔를 하지 않을까요. 시간강사 스타일로 옷을 차려입은 경호와 속눈썹미남 승환이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주민들이 일제히 MBC마실을 나가서인지 저녁시간 문화관 401호는 유난히 썰렁하군요.
밤바람이 찹니다. 시즌도 얼마 안남았는데 환절기 감기 조심 해야겠습니다.
이상 세저리 뉴스 김동환 기자였습니다.
오늘은 09년도 세명대학교 직장 예비군 마지막 훈련이 있는 날입니다. 세저리의 남학생들은 모두 1학기에 올해의 예비군 훈련을 받았는데 2학기에 입학한 김군은 미루고 미루고 한번 더 미뤘던 예비군 훈련을 오늘 꼭 받아야만 합니다.
군복을 입고 거울을 보는 김군. 그나마 팽팽했던 예비군 1년차의 육체는 어디가고, 이제는 피부에 병색이 완연해 보입니다.
기숙사 식당에서 홀로 아침을 먹습니다. 사람들이 쳐다봅니다. 그들의 시선이야 별 게 아니지만 세저리의 "움직이는 경제사전" 애라스무스 양의 "경제 저널리즘"발표를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김군이 가야할 곳은 어디일까요. 제천의 예비군 훈련은 "3대대"라는 곳에서 진행됩니다. "세명"대학교, "3"대대. 숫자 3과 제천시와는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김군은 학교 예비군 연대에서 나눠준 안내문을 꺼내봅니다.
글자크기 16포인트로 "3대대로 오시면 됩니다"라고 적혀있는 게 다군요. 밑에는 마치 "나의 왼발"로 그린 듯한 약도. 김군이 약도를 열심히 보았지만 어딘지 알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택시를 탑니다. 학교 앞 기숙사에서 택시를 불러 타고 가면 부대 앞까지 7000~8000원 정도 요금이 나오는군요. "내가 오늘 하루종일 굴러봐야 2000원이나 받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벌써부터 짜증이 솟구칩니다.
우리나라에는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진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군복을 입으면 배가 고프다"는 겁니다. 여학우들, 제쌤, 거짓말 같다고요? 일단 반나절만 입어보세요. 김군이 옷도 빌려드리고 프로필 촬영도 해드립니다.
아무튼 배가 고프다는 겁니다. 아침 아홉시부터.
배가 고픈데 사격장에서 총을 쏘니까 더 짜증이 솟구칩니다. 아 시끄러워. 보통 예비군 훈련에 따라붙는 이런 필수적인 스트레스는 함께 간 친구들과 담화를 하며 풀어야 하는데 저는 혼자갔으니 이거야말로 피박입니다. 방향을 알수없는 복수심이 불타오릅니다. "오냐. 밥만 맛없는거 줘봐라. 이글이글이글"
김군은 작년에 취미삼아 예비군 관련기사를 오마이뉴스에 몇 개 썼습니다. 대부분 예비군 훈련의 허무함과 시간낭비, 효율성 제로, 극악의 점심식단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지요. 원체 소재가 예비군 훈련을 받아본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인데다가 점심에 받은 식판 사진 한 장만 "4000원짜리 점심식사"라는 캡션과 함께 곁들여주면 군인에 관심없던 여성분들도 바로 "와..진짜 불쌍하다"는 류의 인도주의적 댓글을 달아줍니다.
점심시간은 1시부터 입니다. 자. 결전의 시간이 왔습니다. 핸드폰 사진기를 점검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오전 내내 어두웠던 예비군들의 표정이 도시락을 받으면서 밝아집니다. 네네네. 저것 또한 군복의 효능 중 하나지요. 사람이 단순해집니다. 요즘 여자분들은 "짐승"하면 인기그룹 2PM을 떠올리지만 군필자들은 조금 다른 대상을 연상할 수밖에 없는 체험적인 근거가 있다고나 할까요.
도대체 도시락에 뭐가 들었길래. 하고 열어보았습니다.
돈까스 2개, 김치, 오이무침, 감자조림, 잡채 그리고 육개장...
아아. 김군역시 짐승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따위는 잡곡밥에서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증발해버렸습니다.
맛있는 거 먹을 때는 부모님 생각이 난다고 했던가요. 하지만 김군이 도시락의 구성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유라누나와 세저리 여학우들 이었습니다. 그들은 지금쯤 그들은 예비군 점심보다 맛없는 밥을 기숙사 식당에서 먹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아 아롱디리.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요.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일까요. 먹기 위해서 사는 것일까요.
김군은 기자를 왜 하려는 것일까요. 살기 위해서? 아니면 먹기 위해서?
쓰잘때기 없는 생각을 하다보니 예비군 훈련이 어느덧 끝나버렸습니다. 김군의 예비군 훈련 스토리는 여기서 끝입니다.
내년에는 더 알찬 구성을 기대해 주세요.
#2
최쌤과 아이들이 밤버스를 타고 100분토론 녹화장으로 출격했습니다. 세저리 주민들 중 누군가는 인상적인 데뷔를 하지 않을까요. 시간강사 스타일로 옷을 차려입은 경호와 속눈썹미남 승환이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주민들이 일제히 MBC마실을 나가서인지 저녁시간 문화관 401호는 유난히 썰렁하군요.
밤바람이 찹니다. 시즌도 얼마 안남았는데 환절기 감기 조심 해야겠습니다.
이상 세저리 뉴스 김동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