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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장해랑, 디지털 시대 PD 되기[PD저널]
- 관리자
- 조회 : 67648
- 등록일 : 2017-06-16
- [인터뷰] TV를 보지 않는 시대, 공영방송 무용론에 답하다
▲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 환경에서 생존에만 매달려도 살아남을까 말까인데 우리는 공영방송이 권력에 의해 장악돼 정치적으로 휘둘리고 있다. PD들과 방송사가 살아남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 PD저널
“더 이상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는다고? 그건 아니다. 지금 이 시대, 다큐가 더 필요하다.”
KBS 다큐 PD로 30여년간 몸담았다가 현재는 대학원에서 언론학도를 가르치는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시대, PD가 뻗어나가야 할 길이 더 넓어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본질을 다루면서 세상을 기록하고 발견하며 바꾸는 다큐가 우리 시대에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장 교수는 최근 책 하나를 냈다. 방송인과 예비 방송인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할 <디지털 시대, 프로듀서와 프로그램을 묻다>라는 제목의 저서다. 1982년 KBS 다큐 PD로 입사, <추적60분>, <세계는 지금>,
장 교수는 한국PD연합회장과 1TV편성국장, KBS Japan 사장, (사)한국PD교육원장을 거쳤다. 그는 3년 전 KBS를 떠나 학교에서 언론인을 양성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방송 환경 흐름 속 공영방송의 역할과 PD들의 제작 방향성을 연구하며 후배 PD들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하고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강한 언론인을 키우기 위해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집필에 열과 성을 다하는 중이다.
<디지털 시대, 프로듀서와 프로그램을 묻다>라는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
한국PD교육원장을 하면서 세계공영방송 총회인 인풋(INPUT:Television in the public interest)에 참석했다. 디지털 시대, 뉴미디어가 쏟아지는 이 시대에 올드 미디어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하는 자리다.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 환경에서 생존에만 매달려도 살아남을까 말까인데 우리는 공영방송이 권력에 의해 장악돼 정치적으로 휘둘리고 있다. PD들과 방송사가 살아남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 과도기인 지금, 정답은 없다. 방송이 변해야 하는데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어떤 프로그램을
제작해야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플랫폼이 바뀐만큼 기존의 제작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은 확실
하다. 프로그램이 달라져야 한다. ⓒ 청문각
내가 처음 PD를 시작할 때는 다큐 제작 이론서가 없었다. 그래도 그때는 대가들 밑에서 노하우를 배웠지만 제작 이론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도제 시스템이 지금은 많이 무너졌다. 당시에는 영화 이론서를 뒤지거나 외국 책을 보거나 해야 했다. 내가 박사 학위를 준비하면서 방송 제작 기법, 문법에 대해 공부했고 학생들과 예비 PD, 그리고 현업 PD에게 실무와 이론을 아우르는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디지털 시대, 프로듀서와 프로그램을 묻다>가 제작 총서라면 현재 쓰는 책은 다큐에 집중할 예정이다. 8월 탈고가 목표다.
<디지털 시대, 프로듀서와 프로그램을 묻다>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1부는 더 이상 TV를 보지 않는,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는 디지털 시대를 다룬다.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플랫폼이 바뀌면 제작 포맷이 바뀌어야 하는데 PD는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2부는 현직 PD들을 만나 그들이 디지털 시대에 어떤 방송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 다룬다. tvN 나영석 PD(삼시세끼, 윤식당, 신서유기 등), JTBC 김은정 PD(썰전), SBS 박성훈 PD(K팝스타) 등 11명의 PD들을 만났다. 11명의 PD들이 디지털 시대에 맞는 포맷의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김은정 PD는 웹 예능, 웹 드라마 등 스낵 컬처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썰전> 같은 시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PD들이 각자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지, 이 같은 고민과 실험이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과도기인 지금, 정답은 없다. 방송이 변해야 하는데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어떤 프로그램을 제작해야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플랫폼이 바뀐만큼 기존의 제작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프로그램이 달라져야 한다. 다큐만 해도 해외는 전쟁이라는 소재를 다룰 때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한다. 정통 다큐에서 기획 방식이 바뀌고 있는 거다. 어마어마한 제작 방식이 쏟아지고 있다.
3부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구성을 하는 방법을 담았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만들고 어떻게 대본을 쓸지, 어떻게 촬영을 할지, 어떻게 편집을 할지 사례를 들었다. 요즘 신입 PD를 뽑을 때 시험 문제가 상당히 구체적이다. 어떻게 프로그램을 기획할지 구체적인 기획안을 내라고 한다. 이번 책에는 아쉽게도 디지털 크로스 미디어를 다루지 못했지만 현재 쓰고 있는 책에는 담을 거다. 그동안은 프로그램이 방송용만 제작됐지만 이제는 다양한 유통 경로에 맞춰 제작돼야 한다. 방송 60분과 모바일 2분 분량의 프로그램이 같은 방식으로 제작될 수 없다. 그게 디지털 크로스 미디어다. 요즘 웹 드라마를 보면 10대와 20대들의 고민이 정말 현실적으로 담겨 있다. 성 문제부터 친구들과의 갈등, 마약, 꿈 등을 다룬다. 이런 내용을 기존의 문법대로 제작할 수 없다.
시청자들이 다큐를 많이 보지 않아 위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아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노무현입니다> <자백> 등 다큐 영화가 흥행하지 않았나. TV 다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지 지금 이 시대 다큐는 더 필요하다. 방송이 절름발이가 됐다. 방송의 반은 저널리즘이고 반은 아트다. 아트는 드라마와 예능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와 예능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방송은 저널리즘과 아트의 균형이 있어야 한다. 저널리즘 영역이 죽으면 TV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보상자가 된다. 권력이 KBS와 MBC를 죽이기 위해 상업방송처럼 전락시켰다. 과거 MBC
나영석 PD의 예능은 PD가 연출하지 않는다. 출연자를 지켜보고 기록한다. 그 기록물에서 발견한다. 결국 다큐다. 예능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 진실을 담고 있다. <썰전>도 날 것 그대로, 사실과 진실을 다룬다. 일종의 다큐다. 다큐는 현재를 기록하고 의미를 발견하는 거다. 그게 다큐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