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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에너지대전환' 데이터저널리즘상 등 언론상 2관왕
- 저널리즘대학팀
- 조회 : 7989
- 등록일 : 2018-12-17
단비뉴스의 환경탐사시리즈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이 한국 데이터저널리즘의 도전과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제정된 제 1회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에서 ‘영저널리스트상’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와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센터가 공동주최하고 구글뉴스이니셔티브가 후원하는 이 상은 ‘보도의 공익적 가치’와 함께 ‘데이터 활용 및 공유 노력’ 등을 평가합니다.
2018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 수상작은 단비뉴스 외에 중앙일보(올해의 데이터저널리즘 대상), KBS(올해의 데이터기반 탐사보도상), 경향신문(올해의 데이터시각화상), 뉴스타파(올해의 오픈데이터상), YTN 함형건 기자(올해의 주목할 만한 데이터저널리스트상) 등입니다.
심사위원들은 단비뉴스의 에너지대전환 시리즈가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모색하는 탐사보도물로서가치가 크다는 것과 함께 기후변화 실태와 대응정책, 에너지산업의 연구개발과 투자 동향 등 다양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또 멀티미디어 소스와 구글 지도 등 다채로운 시청각 정보로 전달력을 높인 것을 칭찬했습니다.
에너지대전환 시리즈는 이에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시상하는 ‘2018 올해의 좋은 보도상’에서 대안미디어부문 수상작으로도 선정됐습니다. 민언련은 단비뉴스를 수상작으로 발표하면서 “기사의 내용은 물론 형식면에서도 수많은 기성매체들 본받아야 할, 그야말로 ‘단비 같은 보도’라고” 강조했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단비뉴스>는 전업기자들도 시도하기 힘든 탐사보도를 학생기자들이 재학 중 치열하게 경험하고, 그 성과를 영예로운 상으로 인정받고, 현직 진출 후에는 한국사회를 흔드는 특종보도와 권위 있는 언론상 석권의 전통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6월 창간특집으로 시작한 ‘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이 시사인 대학기자상 대상을 받은 것이 작은 출발이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2012년 <벼랑에 선 사람들>로 출간돼 ‘올해의 인권책’ 등을 수상했고 12쇄를 넘긴 스테디셀러가 됐습니다. 한국인의 불안한 노후를 다룬 다른 탐사시리즈 ‘대한민국 노인보고서’도 단행본 <황혼길 서러워라>로 출간됐습니다.
단비뉴스의 세 번째 탐사보도 역작으로 기록될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이 어떻게 기획되고 지금까지 어떻게 달려왔는지 궁금하신 분은 나혜인 전 환경부장이 민언련에 보낸 취재후기(아래)를 참고하세요.
2018 올해의 좋은 보도상 취재후기
대안미디어 부문
단비뉴스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나혜인
단비뉴스 환경부 기자
우리 사회가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미세먼지, 그리고 방사능재난의 위험을 피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비뉴스 환경시리즈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지구온난화와 원전사고는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인데도 상당수 기성언론은 원전·화석연료 산업을 대변하며 사실을 왜곡했습니다. 환경단체 등이 ‘재생에너지로 가자’는 운동을 오랫동안 벌여왔지만 산업·정치·언론 등이 결탁한 이른바 ‘핵마피아’의 공세를 뚫고 국민 다수의 공감과 동참을 이끌어 내는 일은 멀어 보였습니다. 2010년 창간 이후 ‘기성언론이 소홀히 다루는 중대 사회현안’에 집중해 온 단비뉴스는 이 문제에 각별한 사명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학생이자 단비뉴스 환경부 기자인 취재팀 14명은 지도를 맡은 제정임 교수와 함께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하나의 사실을 놓고 전문가들조차 상반된 의견을 내놓는 이 논쟁적 사안을 가장 진실에 가깝게 보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용어로 가득한, 어렵고도 심각한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들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취재팀의 첫 번째 결론은 ‘현장’이었습니다. 철저히 발로 뛰는 취재를 통해 ‘사실 그대로’를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전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실명’입니다. 모든 정보의 출처와 인터뷰 인물의 신원을 투명하게 드러내, 의문의 여지가 없는 기사를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부고발자 등 익명 처리가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 모든 취재원의 이름, 나이, 직함, 경력 등을 최대한 밝혀 독자가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세 번째는 ‘데이터’입니다. 문서화한 기록이나 통계 수치 등 근거가 될 수 있는 원 자료를 최대한 수집·분석해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활용하고, 국내외 기관에서 다양한 통계자료를 찾아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멀티미디어’입니다. 호흡이 긴 기사지만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집중할 수 있도록 사진슬라이드, 동영상, 인포그래픽, 움직이는 구글지도, 음성파일 등 시청각 요소를 최대한 가미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의 사전취재기간, 그리고 지난해 9월 연재가 시작된 후 40여 편이 보도된 올 12월 현재까지, 취재팀은 정말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습니다. 경주, 부산, 울산 등 동·남해안 원전지역과 충남 당진, 보령 등 석탄발전소 현장을 정밀 취재했고, 강릉, 수원 등지에서 폭염과 태풍 등 기후변화의 징후를 생생하게 포착했습니다. 제주, 영덕, 안산 등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과 함께 주민의 불만에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현장취재가 어려웠던 독일, 덴마크, 스웨덴, 스페인 등 선진국의 에너지전환에 대해서는 주한 대사관 관계자와 현지 전문가를 전화, 이메일 등으로 접촉해 묻고 또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취재팀조차 ‘기후변화와 탈원전에 대해 과연 어떤 얘기를 새롭게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런 생각은 첫 현장에서 깨졌습니다. 원전 앞바다에서 수십 년 물질을 하다 갑상선암에 걸린 할머니들은 “여기 사는 게 죄”라고 탄식했습니다. 원전을 코앞에 둔 마을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다섯 살 손주와 고등학생 딸 몸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되는 걸 본 할머니와 엄마는 공포와 무력감에 몸서리를 쳤습니다. 미세먼지 영향으로 폐렴에 걸린 아들을 둔 엄마, 석탄발전소 먼지에 병든 농작물과 해산물을 거둔 농어민은 정부의 무대책을 원망하며 입술을 떨었습니다. 기성언론에서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었던 절절한 사연들을 만났습니다. ‘실컷 취재해 간 뒤 엉뚱한 얘기만 쓰더라’며 언론을 불신하는 사람이 많아, 접근하는 데 애를 먹었던 일도 잊히지 않습니다.
원전 유관기관과 기업에 대한 취재는 특히 어려웠습니다. “모른다” “답변하기 어렵다”를 가장 많이 들었고, “곧 연락 주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정보공개청구는 온갖 핑계를 대며 답을 미루다 알맹이 없는 자료를 주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비판기사엔 반론도 싣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거듭 연락했습니다. 보도 후에는 원전기업과 ‘찬핵’ 국회의원 등에게 항의도 받았습니다. 반론 기회를 주되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과학기술용어가 빼곡한 자료와 며칠씩 씨름할 땐 ‘전기공학을 전공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도 했습니다. 배워가며 취재하는 입장이다 보니, 미진한 내용을 확인하고 보강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늘어지기 일쑤였습니다. 대학원생으로서 수업과 입사준비 등을 병행하며 1년 넘게 취재에 매달리는 일이 힘겨워, 중간에 포기할까 고민한 팀원들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장애물을 넘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우리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란 사명감과 매 기사에 쏟아진 독자들의 응원이었습니다.
시장지배력이 큰 언론사들이 자본의 입맛에 맞춰 에너지전환의 진실을 왜곡하는 상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희 수상을 계기로 더 많은 언론이 이 문제에 바르고 강한 목소리를 내주고,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해 주신다면 더할 수 없이 기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