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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뉴시스 합격 이승주의 성 정체성을 밝힌다
- 관리자
- 조회 : 6322
- 등록일 : 2014-10-22
3.5기 이승주가 민간통신사 <뉴시스> 기자 공채에 합격했습니다. 석 달간 인턴과정을 거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전환되지 않은 사례가 없다고 하니 정규직 임용은 시간 문제라 하겠습니다. 승주는 원래 슬기였는데 "슬기"는 차고넘치는 거 같아서 개명했다는 후문입니다.
슬기보다 더 성별이 구별되지 않는 승주로 바뀌었지만, 잘 모르는 후배들을 위해 말한다면 승주는 남성입니다. 태권도 3단에 번지점프와 15000피트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 여성이 어디 있겠습니까? 학교 행사 사회도 도맡아서 분위기를 살리려고 몸 개그에 가까운 춤도 서슴치 않는 사람입니다. 칼럼쓰기 과제에서 시위현장을 묘사하면서 최루탄 대신 "수류탄이 난무하는 ~"이라고 쓸 정도로 덜렁대는 사람입니다. 3기생 졸업기념 동영상에서는 민낯에 눈꼽을 떼면서 출연해 축하의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영상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는 천생 여자입니다. 3~4기생들이 스승의 날 나에게 선물해 연구실 벽에 붙어있는 플래카드에 성 정체성을 밝혔습니다. "봉샘의 며느리가 되겠다"고. 그가 위험한 운동을 즐긴 것은 "여성의 무의식 속에 숨어있는 남성성" 곧 아니무스(animus)의 발현이었을 뿐입니다. 최종에서 떨어질 때마다 한없이 가라앉은 의기소침한 목소리가 그의 여성성을 입증하곤 했습니다.
졸업한 지 오래돼 애 태우는 것 같아 <한겨레> 시민편집인실 차장으로 추천했는데 그 경력이 합격에 도움이 됐답니다. <머니투데이>가 인수한 <뉴시스>는 이번에 <조선일보> 출신 김현호 사장을 영입해 공격적 경영을 펼 것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조선일보> 수습기자 때 김현호 씨가 1진이었는데 위계질서가 엄격한 언론사에서 인격적으로 대해줘 지금도 장난삼아 "1진은 영원한 1진"이라 부르며 친하게 지냅니다. 31살에 입사해보니 대학동기들은 3년쯤 선배였고, 1진도 대학 후배여서 좀 거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도, 없던 인격을 수련하는 데 도움이 된 듯합니다. 승주도 동기생 중 제일 나이가 많다는데 나이 많은 장수생들 힘내기 바랍니다.
승주는 문자 메시지로 "김현호 사장이 최종 면접에서 우리 스쿨과 샘 이야기만 했다"며 "봉샘 낙하산인 것 같다"고 겸손해 했는데 여성 코스프레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고 실력으로 합격한 겁니다. 승주의 기자 생활이 얼마나 씩씩하게 펼쳐질지 지켜보겠습니다. (봉샘)